[자유성] 비자림로의 비극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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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4  |  수정 2023-01-04 06:51  |  발행일 2023-01-04 제27면

비자림(非字林)은 필자가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지인들에게 권하는 관광명소 1번지다. 방문 후의 반응은 한결같이 '만족'과 '감사'다. 남해안을 빼고는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비자나무가 원시림처럼 우거져 있는 모습을 처음 보면 감동과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공식 명칭은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이며 수령 500~800년의 아름드리 비자나무 2천800여 그루가 시원의 숲을 이룬 채 보전되고 있다. 수령 500~800년의 수목이면 비자나무가 아니더라도 하나하나가 보호수나 천연기념물급이다. 물론 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비자림로는 비자림으로 가는 길로 구좌읍 평대리 평대해변에서 사려니숲길까지 이어진 왕복 2차로 지방도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임을 인정받았다. 길 양쪽에 도열해 있는 삼나무와 넓게 펼쳐진 억새 덕분이다. 삼나무는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더 장하고 아름답다. 비자림으로 가는 마음을 충분히 설레게 한다.

그런데 최근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제주도가 이 도로를 4차로로 확장한다며 도로변의 삼나무 수백 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삼나무로 인해 아름다운 이 길을 보기 위해 많은 차량이 몰려오는 것일진대 원활한 통행을 핑계로 아름다운 삼나무를 마구 베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뭣이 중헌 것'인가? 주(主)와 객(客)을 전도시킨 제주도 행정의 비극이다. 이하수 중부지역 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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