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백수건달 등급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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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  수정 2023-01-13 06:42  |  발행일 2023-01-13 제23면

화백, 반백, 가백, 동백, 마포불백. 직장을 그만두고 놀고 있는 백수에게 부여한 등급이다. 수년 전에 인터넷에서 회자했다. 1급 백수 화백(華白)은 일주일에 수차례 골프, 여행은 물론 애인과 밀회까지 즐기는 화려한 백수다. 2급 반백(半白)은 골프, 여행, 밀회 중 하나만 하는 백수다. 3급 가백(家白)은 가정에만 있다가 누가 불러주면 나가는 불쌍한 백수로 불백(不白)이라고도 한다. 4급 동백(洞白)은 일없이 동네만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백수다. 5급 마포불백(魔抛不白)은 마누라조차 포기할 정도로 불쌍하고 비참한 백수다.

세 가지로 분류하는 백수 등급도 있다. 화백은 화려한 백수의 준말로 퇴직 후 3개월은 저녁 식사 일정으로 꽉 찬 백수다. 중간 등급 불백은 불쌍한 백수로 친구와 약속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휴대전화마저 끊기는 백수다. 최하위 등급 마포불백은 마누라까지 포기한 불쌍한 백수로 아파트 분리수거 날에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혹시 마누라가 분리수거를 할 때 자신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란다. 백수가 된 연도에 따라 매기는 등급도 있다. 백수 1년 차는 '권사'로 아무런 권한 없이 사는 사람, 2년 차는 '집사'로 직장만 사랑하다 집을 사랑하게 된 사람, 3년 차는 '장로'로 장기간 노는 사람, 4년 차는 '전도사'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 5년 차는 '목사'로 목적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누군가 한바탕 웃어보자고 만든 유머이지만 명퇴 칼바람 시대에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금융권에서 몰아치는 40대 명퇴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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