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대구 길거리 배회하던 60대 장애인, 이틀만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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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7  |  수정 2023-01-26 15:53  |  발행일 2023-01-27 제6면

최강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날씨 속에 주거지를 떠나 길거리를 배회하던 한 60대 장애인 남성이 경찰과 시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달서구 유천동에서 실종된 외삼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외삼촌에게 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힘들다"며 "월요일(23일) 오후 4시쯤 외할머니가 샤워하시는 틈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혹시 닮은 사람을 본다면 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26일 대구달서경찰서 실종수사팀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25일 오전 10시45분쯤 대구 남구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집을 나간 지 42시간 45분만이다.

홍씨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실종 경보 문자 시스템과 이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주위를 살핀 시민의 노력 덕분이다.

경찰은 24일 오후 12시 9~10분 두 차례에 걸쳐 '홍씨가 달서구에서 실종됐고, 달성군에서 배회 중'이라면서 그의 인상착의를 알리는 실종 경보 문자를 송출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다음날(25일) 홍씨가 남구 서부정류장 인근을 걸어가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되면서, 경찰은 또다시 실종 경보 문자를 송출했다.

그 시각 때 마침 남부경찰서 봉천지구대 관할지역에서 이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한 시민이 홍씨를 발견하면서 경찰에 제보했고, 홍씨는 무사히 가족들에게 인계됐다. 경찰에 의하면 문자를 발송한 뒤 5분 이내에 시민 제보가 들어왔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는 대구에 기록적인 한파가 기승을 부린 탓에 가족들도 가슴을 졸여야 했지만, 다행히 발견 당시 홍씨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주거지에서 주로 생활해 왔고, 바깥 활동은 가족들의 동행 하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줄 몰랐던 홍씨가 달서구와 달성군, 남구 일대를 걸어서 배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달서경찰서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실종 경보를 발령하고 곧바로 제보가 들어왔는데,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홍씨를 발견한) 시민이 꼼꼼히 잘 보시고 신고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범죄 신고를 하면 그에 합당한 포상과 대우를 해주는 것처럼, 실종 문자를 보고 제보해주는 시민의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홍씨는 사라졌을 당시 휴대전화도, 배회감지기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된 탓에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 등에게 제공하는 배회감지기가 항상 부족하다"며 "더욱이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될 텐데 노인이 이렇게 주거지를 이탈했을 경우, 배회감지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당사자가 힘들고, 탈진하게 되는 등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만큼 배회감지기 보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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