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골든타임, 사춘기 성장판 잡아라

  • 노인호
  • |
  • 입력 2023-01-31 07:19  |  수정 2023-01-31 07:21  |  발행일 2023-01-31 제16면
20대 초 전까진 성장 가능성 있어 사춘기 잘 관리하면 키성장 만회 가능
호르몬 부족·칼로리 결핍·유전자 이상 등 점검해 성장기회 놓치지 말아야
또래보다 사춘기 이르면 성조숙증 의심…성장판 닫히기 전 빠른 검사 권장

2023013001000863100037281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의 키 성장을 위해 부모가 챙겨봐야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능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겨울방학 동안 아이의 키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하기 △양질의 단백질 섭취 △하루 30분 이상 땀 흘릴 수 있는 운동을 주 5회 이상 하기 △바른 자세 유지하기 △키 성장을 돕는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너무 기름지고 짠 음식, 유전자 변이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이 많은 음식은 섭취량을 줄이고, 환경호르몬 등을 최대한 피하고, 비만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 등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것은 특별한 정보나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일상 생활 속에서 확인과 실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것이 바로 "우리 아이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키는 뼈가 자라는 부위인 성장판이 닫히기 전까지 성장하는 만큼 이 성장판이 제 나이에 맞게 잘 관리 되고 있는지 여부다.

◆성장판이란

전문의들에 따르면, 성장판이 닫힌 뒤에는 크지 않는다. 이런 탓에 성장판이 닫혀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하는 부모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20대 초반이면 성장판이 닫힌다. 다시 말해 20대 초반 이전에는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키를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사춘기 시작을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아이의 사춘기는 폭풍 성장기이다. 키가 작은 아이라도 이때 잘 관리해 주면 키 성장을 만회하고 따라잡을 수도 있다. 성조숙증이 너무 빠르게 진행해도 문제지만, 키를 키우겠다고 사춘기를 무조건 늦추려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때에 사춘기가 시작되고 알맞게 자랄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나 부모님과 아이 모두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잘 대처해야 한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단시간에 쑥쑥 크고 건강해지는 비법은 없다. 그런 만큼 '기적처럼 키를 키울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돼 불필요한 관리로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 게 좋다. 몸의 성장은 마음의 성숙처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의들은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 앞에서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키를 꼭 더 많이 키우겠다는 과한 욕심 대신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아이 키가 걱정될 경우 겨울 방학 동안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호르몬 부족인지 △먹는 양이 적고 부실해서 오는 칼로리의 결핍인지 △영양분이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나중에 자라는 늦자라는 아이인지 △유전자 이상으로 안 크는 것인지를 점검해서 더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부모가 보기엔 그런대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키와 몸무게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또래와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냥 한 번 검사해 본다고 병원을 찾았다가 의외의 결과가 나와서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건강 상태를 전문가의 눈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장래 성인이 될 아이의 최종 키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 치료 시기는

날마다 보는 아이의 상태, 특히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전문의들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키와 관련해서는 △먼저(키 성장에 대해서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빨리(키 성장에 대해서 확인하겠다는 결심이 서면 빨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다) △제때(키 성장은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때맞추어 진료하자) △자주(키 성장에 관련된 모니터링을 자주 해야 한다) 등 4가지를 챙겨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보통 여자아이는 10~11세, 남자아이는 12~13세에 정상적인 사춘기를 시작하는데 또래보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게 된다. 여자아이가 8세 이전, 남자아이가 9세 이전에 이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게 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여자아이는 가슴이 발달하고, 남자아이는 고환이 커지는 이차 성징이 나타난다.

성조숙증 검사는 아이의 이차 성징 징후를 확인하고 골연령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 여부를 판단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들은 일시적으로 키가 빨리 자라고 뼈의 성숙도도 빨라진다. 잘 자라고 있겠지, 비만이라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해서 그냥 있다 보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성인이 됐을 때 키가 본래 클 수 있는 키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또 갑작스러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아이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성조숙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방학 중에 한 번쯤 병원을 방문해서 키와 몸무게 등 전반적인 발육 상황을 점검해서 의심되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빠르게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다. 여자아이가 8세 이전에 가슴이 커지거나 피지 분비가 많아지고 정수리에 냄새가 나거나 음모가 발달하기도 하고, 남자아이가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고 여드름이 나거나 털이 짙어지고 때로는 음모가 발달하고 목소리 변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너무 늦게 병원을 찾았다가는 아주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어서 성장기의 아동은 꼭 성조숙증 여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의 보험적용은 △이차 성징 성숙도(Tanner stage)가 2 이상 △골연령(Bone Age·X-ray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뼈 나이)이 역연령(Chronological Age·만 나이)보다 증가 △GnRH(생식샘 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 자극검사에서 황체형성호르몬(LH)이 기저치의 2~3배 이상 증가하면서 최고 농도는 5IU/L 이상이면 건강보험적용 대상이 된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으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를 투여하게 된다. 그러나 진단받은 날이 아니라 호르몬 투여 시작이 여아 9세(8세365일), 남아는 10세(9세365일) 미만일 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일찍 검사받고 무엇보다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