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넘나드는 '또래활동' 서먹했던 친구 사이 '찐친' 됐어요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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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0 08:06  |  수정 2023-02-20 08:07  |  발행일 2023-02-20 제12면
■ 대구시교육청 또래활동 우수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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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곡초등 한 학생이 밀키트로 팟타이를 만드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학교는 '언택트(Untact)' 환경으로 급변했다. 신입생은 입학식을 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수업을 대체했으며, 단짝 친구와 칸막이를 사이에 둔 채 점심식사를 해야 했다. 이 탓에 학생의 학교 부적응, 학교 폭력, 심리적 우울은 더욱 도드라졌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대구 교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또래끼리 웃고 떠들고 놀이하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무엇보다 공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한 해 동안 또래끼리 마음을 나누고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또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공모전을 거쳐 우수 사례를 사례집으로 발간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상담, 친교, 문화, 예술, 놀이, 체육, 현장체험 등 다양한 또래활동 사례를 책에 소개했다. 올해도 각급 학교에서 이 사례들을 잘 활용해 또래활동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선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해 또래활동의 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세웠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학급·동아리 단위로 자유롭게 운영했으며, 1학기에 신청한 학급을 우선 배정해 운영한 후 2학기엔 확대 운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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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곡초등 학생이 요리대회를 마친 후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모형으로 체험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동곡초등, 팟타이·뇨키 먹으며 세계일주 꿈

동곡초등 학생들은 여행에 목말라했다. 2학년 학생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부산 해수욕장에 놀러 가겠다' '비행기 타고 해외로 떠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실 속 세계일주를 떠나볼까? 여러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대회 어때?"라고 제안했다. 학생, 교사가 논의 끝에 학생들은 각 나라의 대표 음식에 대해 조사하고, 교사가 해당 나라의 음식을 밀키트로 구입해 전달하기로 했다. 밀키트로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요리대회는 성공적이었다. 세계적인 음식 메뉴들이 물망에 올랐다. 팟타이(태국), 쌀국수(베트남), 뇨키(이탈리아), 해산물누룽지탕(중국), 밀푀유나베(일본) 등. 교사들이 금요일 오후 인터넷에서 주문한 밀키트를 학생들에게 배부했고, 학생들은 주말 동안 가정에서 음식 만드는 과정과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에 담았다.

학생들은 이를 패들렛(콘텐츠 공유 앱) 에도 올렸다. 친구들이 팟타이를 맛있게 먹는 장면, 난생처음으로 밀푀유나베를 끓이는 모습을 보며 낄낄대며 또래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품평회를 열어 세계 음식 1~3위를 뽑아 축하도 해줬다.

자녀의 밀키트 요리 과정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아이가 만든 팟타이를 온 식구가 맛보며 행복했다. 코로나 시국에 심심해하던 아이들에게 공감대를 갖게 해준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남초등, 공기놀이·달고나 뽑기 "정말 재밌어요"

학남초등 4학년 학생들은 '레트로의 날'에 운동장에서 공기, 사방치기, 구슬치기, 비눗방울 놀이에 흠뻑 빠졌다. 학급회의에서 "옛날 놀이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학생들이 부모님 어릴 적 놀이를 조사해 직접 체험했다. 특히 아이들은 달고나 뽑기를 좋아했다. 직접 만든 달고나를 들어 보이며 "집에 갖고 가서 엄마, 아빠께 선물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종이인형 놀이, 학 접기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도 적잖았다.

한 학생은 "아빠는 '어릴 때 스마트폰 없이도 정말 재밌게 놀았다'고 늘 자랑하셨다. 오늘 구슬치기, 사방치기를 하며 아빠 말씀이 이해가 됐다.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동곡초등, 각 나라 음식 밀키트 배부
학생들 가정서 음식 만들고 과정 공유
직접 해외로 떠난듯 교실 속 웃음 가득

학남초등 4학년 '레트로의 날' 만들어
운동장서 구슬치기 등 옛날놀이 만끽

경대사대부중, 친구와 같은 책 읽고
온라인으로 감상 나누며 친목 다져
언택트로 삭막한 교육환경 활기 찾아


◆경북대사범대부설중, 책 수다 떨며 또래와 어울려

경북대사범대부설중은 책을 소재로 하는 또래활동을 다양화했다. 대면이 부족해진 시기에 책 읽기만 강조하자, 처음엔 독서를 하던 학생들도 점점 흥미를 잃고 식상해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이 학교가 진행한 또래활동을 살펴보자. 책을 읽고 퀴즈를 푸는 '유퀴즈 독서퀴즈', 고마운 친구·가족·선생님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하는 '책은 사랑을 싣고', 방학 중 친구와 같은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감상을 나누는 '방학 독서 챌린지', 친구들과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대화를 나누는 '책 수다 프로젝트',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10분씩 꾸준히 책 읽고 기록하는 '지푸라기 프로젝트'…. 대부분은 책을 연결고리로 해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경숙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학교도서관이야말로 또래들이 학업을 벗어나 자유로운 또래활동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학생들이 그곳에 모여 '책 수다'를 떨고, 나와 사회에 대해 잠시 고민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숨은 역량까지 펼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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