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소득과 행복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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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4  |  수정 2023-02-24 07:01  |  발행일 2023-02-24 제22면
젊은층은 청년실업·생활난

중년은 육아·내집마련…

노년은 빈곤·질병·고독이

한국인 삶 만족도 떨어뜨려

복지에 투자해야 행복 커져

[경제와 세상] 소득과 행복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인간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가진 존재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인간은 한편으로는 소비주체이고 다른 한편으로 생산주체이다. 인간은 소비를 함으로써 생존과 행복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 이를 생산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일하는 데는 고통이 따르고 소비하는 데는 효용이 따른다. 더 많이 일하면 고통은 더 많아지지만 고통에 따른 생산 즉 소득은 비례하여 증가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인간은 한계효용과 한계생산력 즉 한계고통이 만나는 점에서 일하고 또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소득)으로 효용을 누린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보아 인간은 일하는 대가인 소득이 높아질수록 비례적으로 효용 즉 행복은 증진된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대의 이스털린 교수는 소득과 행복은 장기적으로 별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이 올라감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이 증진되지만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면 소득과 행복은 유의적인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스털린의 패러독스라 알려진 이러한 소득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에서 발표한 2022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조사한 146개국 중 필리핀과 비슷한 59위에 불과하여 소득에 상응하는 삶의 만족도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삶의 질 만족도는 38개 OECD 국가 중 36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이번에 지진이 난 튀르키예와 마약으로 유명한 콜롬비아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는 못살 때 초가삼간에 삼시 세끼만 해결되어도 행복하게 살았는데 지금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살아도 그때보다 행복감을 더 느끼면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일정 시점에서 계층별 삶의 질 만족도는 역시 소득이 높을수록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2021년 기준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계층의 삶의 만족도는 평점 10점 만점에 5.5점으로 평균 6.3점보다 0.8점 낮았고 소득이 올라갈수록 평점이 높아져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젊은이들은 소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 일컬어지듯이 청년실업, 생활난, 사회적 사다리의 단절 등 어려운 현실이 그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중년은 육아의 어려움과 내 집 마련 꿈을 접어야 하고 노인들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인 것이 말해 주듯이 노인들의 빈곤, 질병, 고독, 무위의 4고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위의 복잡다기한 문제들이 구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당장에 해결할 방법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지적 행복론을 저술한 이스털린 교수는 정부가 소득증대를 위한 성장정책에 주력하되 행복을 정책목표로 설정하여 성장의 과실을 노인부양, 육아 휴직, 주택 지원, 의료 서비스 등 국민의 행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복지에 더 많이 투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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