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기준금리 동결에도 잠 못 드는 사람들

  • 박주희,정우태,최시웅,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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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19:02  |  수정 2023-02-23 19:04  |  발행일 2023-02-24 제2면
1년5개월간 7차례 연속 오른 금리 인상 랠리 마감
물가, 미국 금리 등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 여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악화되고 있는 경기 방어에 나서면서 1년 5개월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일단 멈췄다. 하지만 이번 동결이 '숨 고르기'일 뿐 완전한 '금리 인상 사이클 종결'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긴축 속도나 강도, 환율과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이번 동결에다 최근 '성과급 잔치' 비판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어 그나마 추가적인 금리 부담에 대한 걱정을 덜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막대한 대출이자 비용을 감내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자영업자, 영끌족, 중소기업, 전세대출자 등은 당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5%대의 소비자 물가상승률 안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긴축정책기조 완화 소식을 기다려야 한다. '고금리 프레임'에 단단히 갇힌 셈이다.

◆ 이자 부담에 허리 휘는 영끌족
지난 2020년 대구 수성구의 한 오피스텔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 장모씨(35세)는 요즘 잠을 못 이룬다. 청약에 당첨됐을 때만 해도 뛸 듯이 기뻤다. 분양가 5억1천만원 중 3억3천만원을 대출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여서 큰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식, 코인 시장에도 여윳돈을 몽땅 쏟아부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빨간 불이 가득했던 주식과 코인 모니터는 파랗게 질리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장씨는 대출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해져 최근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신세가 됐다. 장씨는 "2년 전 대출했을 땐 1.9~2.5%에 불과했던 이자가 현재 5~7%까지 치솟으면서, 지금은 매달 이자만 194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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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그간 가파르게 오른 대출 금리탓에 빚을 내 집을 구하거나 사업을 한 대출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은행 빚을 무기로 투자에 나섰던 영끌족들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5.6%다. 2012년 3월(5.62%) 이후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2020년 12월 (2.79%)과 비교하면 금리가 2년 새 2배가량 뛰었다.

 


전세 대출자들도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집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년 전 2억원을 빌려 대구시 중구 대신동 한 아파트에 전셋집을 장만한 직장인 박모씨(39)는 요즘 2배 가까이 오른 금리에 삶이 팍팍해졌다. 대출 당시 금리가 3.3%였는데 지금은 5.99%다. 박씨는 "이자로 56만 원 정도를 내다가 이제 101만원을 내야 하니 가계 운영에 여유가 없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전세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호가로 1억7천만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다.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

◆ 기업도 '시름'
대구 기업들도 금리 부담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자 부담에 비례해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5.76%까지 솟구쳤다. 2020년 12월 2.89%, 2021년 12월 3.3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성서산업단지 소재 금속부품 생산업체 A사는 올초 2명이 정년 퇴직을 했지만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일단 금리 인상 랠리가 멈췄지만 이미 이전에 비해 많이 (금리가) 뛴 상태라 당장 경영이 개선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의료산업계도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가 쪼그라들었다. 바이오 등 의료 업종은 상위 투자종목이었으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의료산업 투자액은 전년 대비 27.4% 감소했다. 대구의 한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연구개발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금리 인상과 투자 감소 영향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울먹였다.


자영업자들도 여전히 높은 금리에 물가 상승 등이 겹쳐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정영환 소상공인연합회 대구지회장은 "금리가 오를 만큼 오를 상태이지 않냐. 소상공인들은 이미 너무 높아진 금리 탓에 이번 금리 동결이 크게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며 "높은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소상공인들 허리는 갈수록 휘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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