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감정표현 방법 배워요" 교실 안 갈등 사르르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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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07:41  |  수정 2023-02-27 08:57  |  발행일 2023-02-27 제11면
대구시교육청, 전국 최초 '마음교육' 도입
대덕초등 학생들이 감정출석부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있다.
"분조장 고치는 법 좀 알려주세요" "분조장 친구를 어떡하죠?" '분조장'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의 줄임말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소한 일에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장애다. 본질적으로 잘못된 감정은 없다. 하지만 조절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또한 감정이다. 어릴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고 받아들여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마음 교육'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크게 두 가지다. 초등 5학년과 중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음학기제'를 운영하고, 초·중·고 학생 모두는 '감사하기 실천' '마음챙김 명상' '감정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 무엇인지 깨닫고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조절하도록 교육
대륜중, 명상하며 내면의 힘 키워가
복잡한 머릿속 정리되며 마음 힐링


대곡고 학생들이 싱잉볼 명상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륜중 "내면 검색반서 호흡명상하며 불안 쫓아요"

대륜중에는 명상 동아리 '내면 검색반(Search Inside Yourself)'이 집중 운영 중이다. 1학년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동아리활동 시간에 교사와 함께 교실 속 마음챙김 명상 활동에 여념이 없다. 다양한 명상 활동을 체험한다. 소리명상, 아로마명상, 색채명상, 호흡명상, 몸명상(body scan), 감정명상, 생각명상…. 학생들은 처음에 명상이 지루한 것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을 한 후 달라졌다. 정서적 안정과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

명상을 경험한 한 학생은 "가만히 호흡하면서 내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명상 체험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정동 대륜중 교장은 "우리 사회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학생들은 전보다 훨씬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이런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마음챙김 명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수중 학생들이 감정조절이 어려운 상황을 설정해 역할극을 하고 있다.
◆사수중, 행복저금통에 행복한 감정 쌓으며 자신 알아가

사수중은 인성교육 중점학교로 교육과정과 연계한 감정조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학년 학생들은 행복한 감정이 들 때 그 내용을 기록해 저금통에 집어넣는 '행복 저금통'을 함께 만들었다. 2학년은 교과 시간에 감정조절 프로그램을 6회 진행했다. 1~2회 때는 감정의 종류와 감정 표현에 대해 배웠고, 3회 땐 자신의 감정유형을 파악했다. 4~5회엔 자신의 감정을 친구에게 귓속말로 전하는 활동을, 6회엔 일상생활에서 화가 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정해 분노를 조절하면서 원활하게 소통하는 역할극을 시도했다. 3학년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자신이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단계별로 욕구·행동·평가·계획을 통해 분노조절을 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2학년 학생은 "나의 감정표현 지수를 체크하면서 내가 어떤 감정유형인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친구와 다투는 일이 있을 때 내 마음과 감정을 차근차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3학년 학생은 "화가 나는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갈등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이야기하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대덕초등, 감정 터놓는 학급회의하며 분노조절 연습

사수중, 행복한 내용 담는 '저금통' 부터
상황별 역할극 통해 분노 조절법 연습
대덕초등, 학급회의서 서로의 감정 공유
속마음 털어놓으니 아이들 다툼 줄어

대덕초등은 전교생이 '행복한 우리가 되는 감정조절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감정의 종류를 배우는 방법은 감정 브레인스토밍, 감정 다시 보기, 감정 사진전 등 여러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여러 가지 감정 놀이를 하면서 직접 감정을 표현하고 분노와 화를 조절하는 방법도 익힌다.

학급회의를 열어 감정을 나누는 연습도 한다. 특별한 주제 없이 친구들끼리 서로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묻고, "친구의 말투가 기분 나빴다" "생일 축하를 많이 받아서 기쁘다" 등 일상적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끄럽거나 속상했던 마음도 털어놓고 나면 별일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나쁜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체득했다. 감정 조절 활동 후 아이들이 다투거나 갈등하는 상황이 부쩍 줄었다는 교사의 귀띔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은 "누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래요'라고 얼버무렸는데 이제는 내 기분을 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화가 날 때는 내 마음과 먼저 이야기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인성교육의 가치와 덕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감정조절' '행복수업' '명상' 등 학생 마음챙김 프로그램과 더불어 앞으로 도입될 마음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심리·정서 회복과 사회성 함양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 마음교육=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스스로 조절하는 힘과 회복탄력성을 향상하는 활동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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