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주민들, 자발적으로 6·25 참전국 튀르키예 돕기 나서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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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6 10:11  |  수정 2023-02-26 14:34  |  발행일 2023-03-03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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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주민들이 튀르키예에 보낼 구호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칠곡군 제공>
김재욱군수
김재욱 칠곡군수가 튀르키예가 고향인 무스타파씨를 만나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칠곡군 제공>

"73년 만에 은혜를 갚을 수 있어 기쁩니다."

호국의 고장 경북 칠곡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구호 물품 5톤을 지진피해를 겪고 있는 6·25 참전국 튀르키예로 보낸다.

칠곡군 주민들은 최근 10일간 생리대·기저귀·보온병·양말·목도리·핫팩·의류 등의 구호 물품을 모아 27일 주한튀르키예 대사관에 전달한다.

이번 물품 모금 및 전달은 지자체 도움 없이 주민 주도로 진행돼 의미가 크다.

주민들은 홍보부터 튀르키예 대사관 접촉, 포장, 인천공항 배송까지 모두 직접 진행했다.

구호 물품은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각계각층의 주민 2천여 명이 기부한 것이다.

앞서 6·25 최대 전투인 다부동전투가 벌어졌던 가산면 한 주민이 "튀르키예에 구호 물품을 보내자"며 목소리를 내자 모든 읍면이 흔쾌히 동참했다.

칠곡군종합자원봉사센터는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접촉 등의 행정적인 지원을 맡았다.

물품을 담은 포장 상자는 지역 기업이 후원했고, 인천 공항 운송은 5톤 트럭을 소유한 한 주민의 무료 봉사로 이뤄졌다.

칠곡군 공직자도 980만 원을 모아 적십자를 통해 튀르키예 돕기에 나서며 군민과 뜻을 함께했다.

칠곡군민이 구호 물품을 모은 것은 6·25 참전국 튀르키예를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와 함께 지역에서 케밥 가게를 운영하는 튀리키예 출신 하칸씨와 무스타파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칸과 무스타파씨는 지진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출신으로 가족이 죽거나 다쳤고, 살고 있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고향에 남은 부인과 자녀 걱정으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6·25 참전용사의 후손인 하칸은 "지진으로 고향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 가족들은 매일 지진의 공포와 추위로 떨고 있다"고 전했다.

무스타파는 지난 24일 칠곡군민과 함께 고향에 보낼 구호 물품을 포장하고 차량에 실으며 "가족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를 도와준 칠곡군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케밥 가게를 찾아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응원 문구가 담긴 그림판을 들며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 군수는 "1950년의 아픔과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칠곡군민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물품 하나하나에 칠곡군민의 결초보은 정신이 담겨있다. 튀르키예 국민이 지진피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튀르키예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4천936명의 전투병을 파병해 721명이 전사하고 2천147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산의 UN묘지에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62명이 잠들어 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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