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 "알기 힘든 다세대·연립 시세도 제공해 전세사기 피해예방 지원"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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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07:56  |  수정 2023-11-29 15:30  |  발행일 2023-05-3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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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한국부동산원장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상황 변화가 참 많이 있었다. 2020년 과거 감정원에서 부동산원으로 이름도 바뀌었지만 이름이 바뀐 만큼 업무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된 업무에 걸맞게 조직과 교육 체계를 바꾸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혁신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새롭게 정착하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분에 혁신을 기한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 12층 회의실에서 만난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은 취임한 지 2년여간의 소회와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통계의 정확성과 적시성은 한국부동산원이 늘 안고 있는 과제다.

손 원장은 "감정평가 기능은 민간에 이관했고, 부동산원은 공시 통계, 주택 가격 동향, 시장 관리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공 업무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청약 제도 업무를 맡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관련한 시장 조사, 이상 거래 조사 등 시장 관리, 소비자 권익 보호 기능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 하나하나가 사실 현장에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회의실에는 공교롭게도 그의 고향인 포항 바닷가 마을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는 "박계현 작가의 '죽천리'라는 작품인데, 제가 오기 전부터 걸려 있었다. 처음엔 이 그림이 포항인지도 몰랐다. 그림이 아주 시원하고 산뜻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영일만 북쪽에 있는 죽천리였다"면서 "제 고향은 죽장면이라 이쪽은 아니다"고 웃었다. 포항 출신으로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손 원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너무 좋다면서 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관심사에 대해 물었더니 역시나 '전세사기 이슈'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최근 속칭 '빌라왕' 등 전세사기 때문에 국민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서민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부동산원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전세 앱'에 시세 파악이 어려운 다세대·연립, 50세대 미만 아파트, 준공 전 빌라의 시세를 제공함으로써 전세사기 피해방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피스텔 및 전국으로 시세 제공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시가 산정은 개개인 세금과 직결
시장흐름 반영 등 정확성 제고 노력
자동산정시스템 부문별 도입 확대해
조사자 편견 줄이고 객관적 통계 산출

▶부동산은 국민의 가장 큰 재테크 수단이어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 자료 중 국민이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는 부문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세금과 바로 연결되다 보니 관심이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이 올라갈 때 이의 제기도 많이 발생한 바 있다. 부동산 공시 통계와 동향 조사는 정확하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계 기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참고 자료를 늘리고 직원들의 전문성도 키우고 있다. 최근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데 부동산원에서 공사비 증액 검증업무도 하고 있다. '둔촌 주공 재건축조합'의 경우 공사비 증액에 대한 검증을 부동산원에 맡겼다."

▶정확성·적시성을 기하는 데 가장 어렵고 애로사항이 있는 통계는 무엇인가.

"역시나 부동산 공시가격이다. 개개인의 세금과 관련이 되고 전 국민과 이해관계가 있는 부문이다. 연간으로 준비하고 추후 검토도 해야 하는 등 업무량 자체가 많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현재 아파트만 해도 1천400만호이다."

▶부동산 통계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부동산원의 노력은 무엇이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중점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은.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신규주택 분포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매년 표본 보정을 실시하고 있다. 통계담당 조사자에게 객관적 데이터(실거래자료, 매물 등)를 확대 제공해 시장흐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학계·민간기관·공공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외부검증을 통해 통계의 신뢰도도 높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역본부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계검증회의도 개최한다."

▶보다 정확한 통계를 위한 개선 방안은.

"AVM(자동산정시스템)을 개발, 현재 부문별로 도입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AVM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객관성을 높일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조사자의 개인적 편견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 미분양, 고금리 등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10년 만에 주택가격 하락기를 맞았는데,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은 어떤가.

"대구는 기준 금리 상승 기조하에 미분양과 공급예정 물량 증가에 따라 주택시장이 침체됐다. 다만 최근 정부 및 지자체 정책(특례보금자리, 대구시 신규 인허가 중단) 등으로 미분양이 소폭 감소(2월 1만3천987호→3월 1만3천199호)됐다.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2천579건→4천369건)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향후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면.

"대구는 주택공급 인허가가 2018년 3만5천호(10년 평균은 2만6천호), 착공이 2020년 3만7천호(10년 평균은 2만3천호)로 최근 10년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미분양은 2020년 말 280호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말 1만3천445호로 증가했다. 앞으로 대구 부동산시장에선 미분양 추이와 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구 최근 미분양 줄고 매매량 증가
2020년 착공 10년 내 최다 3만7천호
미분양과 금리 추이 계속 지켜봐야
외국인 주택소유 통계 내달 첫 발표

▶외국인 보유 거래 통계 생산방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 상황은.

"외국인 거래 현황을 관리하고 있긴 했지만, 소유 현황까진 알지 못했다. 외국인 부동산 소유 현황 통계는 현재 준비 중으로, 다음 달 중 최초로 공표할 예정이다. 외국인 주택소유 현황 통계는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 관련 연구용역 완료 후 지난 3월 통계청 국가승인통계로 승인받았다."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10주년이다. 인재채용, 사회공헌활동 등 지역과 상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나.

"한국부동산원은 대구 사랑의 열매 '희망2023 나눔캠페인'에 공공기관으로 최고액인 6억5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랑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사랑의 쌀 나눔사업, 사랑의 집수리 사업인 REB행복HOME, 대구 원도심 역사문화공간 보존사업(무영당, 대지바 리모델링)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역인재 채용비율도 2020년 27%→2021년 36%→2022년 4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40%를 넘겼다. 대구경북 공기업 중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최고 수준이다."

▶향후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는.

"동구 불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노후화된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친환경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관련 학과를 보유한 거점대학과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REB부동산 장학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인이 돼 보육시설 퇴소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장학금 및 교육물품 지원 사업, 최근 이슈가 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시민교육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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