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과 욕설은 이제 일상"…대구 남구청, 민원 피해 실태 조사

  • 김형엽
  • |
  • 입력 2023-05-31 17:35  |  수정 2023-05-31 17:41  |  발행일 2023-06-01 제6면
보도자료(230411(민
지난 4월 대구 남구청 민원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힐링 프로그램 중 촬영한 단체사진. 민원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 폭행 등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 우울, 불안을 해소하고, 재충전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 나은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남구청 제공>

"민원인으로부터 듣는 반말과 욕설은 이제 일상 업무로 봐야 할 만큼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원실에 근무하는 대구 남구청 공무원 A씨는 "민원 부서에서는 일일이 사례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민원인의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신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파김치가 되다시피 해 아예 민원 업무를 기피하는 공무원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대구 한 구청 전체 부서의 70%가 민원인들로부터 정서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가 나왔다.


대구 남구청이 올해 4월 자체 조사해 30일 공개한 "민원담당 공무원 등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다. 이에 따르면 '민원인에게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구청 전체 36개 부서 중 70% 가량인 25개 부서에서 '있다'고 응답했다.


민원인으로부터 받는 피해는 정서적 피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피해 경험 중 두려움 및 스트레스 등 정서적 피해가 6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업무 지연 등 업무상 피해가 34.6%, 재산상 및 신체적 피해는 각각 0.3%, 0.2%로 조사됐다. 피해 반응으로는 불쾌감 등 정서적 반응이 50.5%, 민원회피 등 행동적 반응이 31.7%, 두통 등 신체적 반응이 17.8%로 나타났다.


공무원 B씨는 "환경 및 교통 관련 부서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민원인 폭언에 시달리고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및 모욕감으로 업무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한다"며 "민원인이 물품을 파손하거나 위험물을 소지할 경우 공포감 때문에 소극적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고, 성희롱으로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유발하는 민원인도 있다"고 했다.


이에 남구의회는 지난해 '민원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비상벨 설치 및 녹화·녹음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류 발급 신청·처리 등 민원담당 공무원을 위한 대책에 집중돼 예기치 않은 민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공무원 전원에 대한 보호·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보호와 사기진작 차원에서라도 법률 제·개정 및 조례 정비 등 법률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부서별 의견을 종합해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형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