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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이 지난 2019년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
2013년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가 살해한 '대구 여대생 살인 사건' 피의자 조명훈, 2019년 텔레그램을 통해 개설한 단체 대화방에서 성 착취 영상물을 생성, 거래·유포한 'n번방' 사건 피의자 '갓갓' 문형욱과 안승진.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흉악범죄 가운데 신상이 공개된 대표적 피의자 사례다. 이처럼 흉악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일반에 공개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건보다 국민 이목이 훨씬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의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가 결정된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건과 비교해 댓글 수가 약 8.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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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결정 사건과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의 일평균 기사 수와 댓글 수. 치안정책연구소 제공 |
피의자 신상 공개가 결정된 사건은 최초 보도일부터 13일 차까지 일 평균 기사 수는 67.46개, 댓글 수는 8천104.15개였다. 이에 비해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은 일 평균 기사 수 67.77개, 댓글 수 950.31개에 그쳤다. 기사 수는 비슷하지만, 국민적 관심도를 뜻하는 댓글 수는 8.53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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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의 공범으로 알려진 안승진이 경북 안동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영남일보DB. |
하지만, 신상이 공개된 이후 용의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점을 이용해 '사적 신상공개'가 난립할 우려가 나온다. 실제 얼마 전 한 유튜버가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인 30대 남성의 신상을 유튜브에 올려 공개한 지 3일 만에 조회 수가 무려 565만회를 넘어섰다.
피의자 신상 공개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제도적 정비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된다. 치안정책연구소 측은 "신상 공개 요건 중 국민의 알 권리에만 치중할 경우 여론에 따라 일관성 없이 결정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범죄예방보단 대중의 감정만 달래는데 그칠 수 있다"며 "공개 요건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추가로 마련하고, 신상 공개를 결정하는 위원회의 전문성 제고와 상설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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