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된 법정다툼' 대구미술관장 공석 해넘길 수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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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2 16:28  |  수정 2023-07-13 07:44  |  발행일 2023-07-13
[상반기 대구 문화계 결산 下]
법원 "내정취소 무효로 볼 여지"...재공모도 사실상 어려워
소장품 위작 논란도 현재진행형...조만간 감사결과 나올 듯
미협은 회장선거 놓고 법적다툼...굵직한 행사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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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전경.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올해 상반기 대구 미술계는 유난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미술관은 관장 장기 공석과 소장작품 위작 논란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고, 대구미술협회는 신임 회장 자리를 두고 구성원 간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미술관장 공석 장기화 및 소장품 위작 논란
대구미술관장 장기 공석으로 지역민 문화 향유권 침해가 우려된다. 미술 전문가들은 "미술관의 컨트롤 타워인 관장 부재가 장기화 되면서 향후 전시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구미술관장 자리는 지난 3월 최은주 전 관장의 사직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최 전 관장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공모한 8명의 본부장·관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지만, 연임 3개월여 만에 대구를 떠나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구미술관장 임용 주체인 진흥원은 지난 3월 대구미술관장 공모에 나섰지만 신임 관장을 임용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신임 관장에 내정했지만 결격사유 조회 과정에서 부적절한 징계기록이 발견됐다며 갑작스럽게 임용을 취소했다.

이후 안씨는 "징계이력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진흥원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에 나섰다. 여기에다 지난달 12일 "안씨를 대구미술관장으로 내정했다 취소한 진흥원의 결정이 무효로 볼 여지가 크다"라는 법원의 결정까지 나오면서 진흥원의 대구미술관장 재공모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양 측의 소송이 민사소송으로 진행되면서 대구미술관장 공석 사태가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대구미술관 소장품 위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위작 의혹은 지난 2월8일 열린 진흥원의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미술관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5월15일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중간발표회'에서 김진만의 '매화' 등 3개의 대구미술관 소장작품이 위작이라고 발표했고, 그 여파로 대구미술관의 올해 소장품 수집 일정도 연기됐다. 현재 대구미술관 소장작품 중 140점에 대한 재검증이 진행 중으로 조만간 특정감사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한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대구미술관 소장품 중 위작으로 판명 난 긍석(肯石) 김진만(金鎭萬)의 '매화'가 위작이 아니라 같은 아호를 사용하는 조봉진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인문학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을 사법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구시의 특정감사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한편, 진흥원 측은 "대구미술관 운영에 신경 쓰고 있어 관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업무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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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 이유실 대구시 감사위원장이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중간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영남일보 DB


◆대구미술협회장 보궐선거 갈등
대구미술협회(이하 대구미협)는 회장 보궐선거 적법성 여부를 두고 구성원 간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구미협 집행부는 올해초 고(故) 김정기 대구미협 회장의 별세로 지난 3월31일 임원만 참여하는 이사회를 통해 보궐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일부 대구미협 회원으로 구성된 대구미협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대정위)가 보궐선거 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대정위 측이 법원에 제기한 '(대구미협 회장)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노인식 회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됐다. 법원은 한국미술협회가 대구미협에 '총회를 통한 선거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사회를 통한 선거로 회장을 선출했고, 아직 노 회장이 한국미술협회 이사회 인준을 받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법원에 의해 대구미협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도병재 부회장이 대구미협을 이끌고 있지만, 지역 미술계 전반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 미술계 인사들은 "대구미협과 지역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하루빨리 보궐선거와 관련한 갈등이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미협 집행부와 대정위 간 갈등은 보궐선거 전부터 불거졌다. 집행부는 선거관리세칙 7조 4항 '임원 중 결원이 생길 경우 이사회에서 보선한다'는 규정에 따라 임원만 참여하는 보궐선거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고, 대정위는 "회원 전체가 투표권을 가지는 총회를 통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합법적"이라며 맞서 왔다.

현재로선 법원의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판결 내용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대행체제의 현 집행부는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본안판결 확정 후 보궐선거 일정을 검토하고 진행하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반면, 대정위 측은 총회로 보궐선거를 조속히 치르는 것이 상처를 봉합하는 빠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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