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P. 시즌2' 인기에 軍에도 관심…군필자·현역 장병 "나아져봤자 군대는 군대"

  • 정지윤,조현희,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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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5 09:00  |  수정 2023-08-05 13:56  |  발행일 2023-08-04
지난달 28일 공개된 D.P. 시즌2, 한층 더 깊숙하게 軍 문제 다뤄

드라마 배경 2014년 '윤 일병 사건' '임 병장 사건' 일어났던 해

군필자·현역군인 "꾸준한 관심 필요"…여성들 "간접적으로 군대 이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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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 포스터. 인터넷 캡쳐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D.P.시즌 2'가 인기를 끌면서 사건의 배경이 된 시기 군생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D.P. 시즌 1'에 이어 헌병대 군무 이탈체포조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D.P. 시즌1 마지막에서 보여준 김루리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후 여러 사건에 대해 다루면서 한층 더 깊숙하게 군 문제에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인기로 군대 생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드라마 배경이 된 2014년 군과 관련 된 사건들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D.P. 시간 배경 '2014년' 당시 군대 모습은?
'드라마 D.P.'의 배경은 2014년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군 6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발언, 그룹 씨스타의 노래 '터치 마이 바디' 등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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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윤일병 사건 현장조사 모습. 영남일보 DB
배경이 된 그 2014년은 군대 내의 가혹 행위로 인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특히 대표적인 '윤 일병 사건' '임 병장 사건'이 있다. 당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윤 일병 사건'은 지난 2014년 4월 발생했다. 육군 28사단에서 군 복무 중이었던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다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군 당국은 윤 일병이 냉동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발표하며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하려고 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자료에서 윤 일병은 간부들의 묵인하에 40여일 동안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선임들은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바르게 하고, 가래침을 핥아먹도록 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이 알려지며 사회에 충격을 줬다.


윤 일병 사건이 있은 지 2개월 후 '임 병장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 6월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DP)에서 임 병장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뒤 탈영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으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체포된 임 병장은 평소 부대 내에서 따돌림이 만연했고, 사건 당시 다른 병사들이 자신을 비하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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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2 스틸컷. 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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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2 스틸컷. 인터넷 캡쳐
◆군필자와 현역 군인이 본 D.P. "군대가 좋아져도 군대는 군대다"
D.P.의 배경과 비슷한 시기에 복무한 이들은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자신들이 겪고 참았던 부분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1월 육군에 입대한 최모(30)씨는 본인의 복무기간과 비슷해 더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D.P.에서 보여주는 크고 작은 가혹행위들이 군복무 당시 실제로 있었다는 것.


최씨는 "신병의 경우 내무반 빨래 모두 하기, 연명부 1주 안에 외우기, 야간 순찰 시 선임의 웃음 소재 만들어가기 등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던 부조리들이 있었다"면서 "코를 골면 방독면을 착용하게 하거나 방탄 헬멧으로 약간의 구타를 하는 등의 가혹행위도 발생했다. 후임병들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다.

비슷한 시기 육군부사관학교 분대 공격 조교로 복무한 김모(31)씨는 "한 명이 잘못하면 연대책임으로 함께 혼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장면들은 다시 군대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복무 당시 다른 소대에서 폭언 및 폭행으로 영창을 갔다는 경우, 자살소동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복무했던 부대의 경우 마음의 편지(소원수리)를 후임들이 쓰기 시작하다 보니 무자비한 폭행, 폭언 부분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군이 과거 구타와 부조리 등이 심했을 시기로 돌아가면 안 되지만, 규율 등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드라마에서 그려낸 절대 과거의 군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면서 "다만, 군대의 경우 계급사회다. 상급자와의 차이는 있어야 한다. 선임자와 후임자 간 규율을 확실히 지키는 방법과 동시에 서로 간에 예의를 갖추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최근 군대에 입대하거나 현역 군인들은 '가혹행위'는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음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해군에서 복무한 박모(24)씨는 "드라마에 나오는 부대의 근무·내무 생활과는 달랐다. 항해 시 수면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작업과 당직에 할애했다. 드라마처럼 이유 없는 괴롭힘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계급과 내부 분위기에 따라 폭력은 여전히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공개적으로 이유 없는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규율 유지를 위해 음지에서 선임병의 압력이 가해지긴 했다"면서 "간부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선임 병사의 얼차려, 폭언 등이 이뤄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육군에 입대한 A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군대가 정말 좋아졌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아져도 군대는 여전히 군대다. 의지와 상관없이 군에 온다는 점은 똑같다"면서 "드라마처럼 구타 가혹 행위는 없다. 생활관 내 병사들도 예전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선임이 후임한테 돈을 빌리거나 따돌림이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듣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꾸준히 많은 사람이 군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필자들은 최근 군의 가혹행위가 감소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휴대전화 사용'이라고 말한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으로 서로 부딪힐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과 후 병사 휴대폰 사용'제도는 지난 2018년 4월 일부 부대에 시범 운영됐다. 이후 2019년 4월 전 부대 시범운영을 거친 후 2020년 7월부터 정식 시행됐다.


지난해까지 육군으로 복무한 이모(24)씨는"드라마의 배경이 된 시기와 현재 군 생활에는 차이가 있다. 공개적이거나 집단적인 가혹행위는 없었다"면서 "휴대전화 이용이 가혹행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복무 당시 오후 5시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유튜브를 보거나 지인에게 연락하기에 모두 바빴다. 가혹행위, 부조리 등이 일어나기 쉬운 시간에 병사 간 접촉이 없다 보니 줄어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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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입소 모습.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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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여성들이 본 D.P. "눈물 나서 끝까지 못 보겠다"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 사이에서도 D.P.는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아들·오빠·남동생 등이 경험했던 군대를 간접적으로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D.P.를 통해 여성들은 군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아들을 군대에 보낸 박수진(여·51)씨는 "감정이 북받쳐 끝까지 보지 못하고 꺼버린 경우도 있다. D.P.를 시청하면서 군대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D.P.가 현 부대의 민낯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아래 용인되는 인권 침해나 범죄가 만연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는 "D.P.를 보면서 아들을 군에 보냈을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 아들이 자랑스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면서 "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군대 안팎에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의 관심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D.P.를 통해 군대 조직문화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정민정(24)씨는 "요즘 군대는 폭행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나 드라마 내의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 시스템에 놀랐다"면서 "군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군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민희 인턴사원 alsgml0656@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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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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