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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40분쯤 대구공항 2층 국내선 탑승 입구 앞. 시민들 사이로 군 특수임무대가 테러에 대비해 순찰을 돌고 있다. |
"제주도에서 대구로 돌아오는 날에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와 비행기 안에서부터 긴장이 됐습니다."
9일 오후 1시40분쯤 대구공항에서 만난 김모씨(여·26)는 제주도에서 대구공항 테러 예고 소식을 듣고는 여행 내내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대구로 돌아오는 날짜와 시간대가 테러 예고글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주말 제주도로 출발하면서 여행 도중 관련 뉴스를 접하게 됐다. 함께 여행을 간 친구들과 아무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를 나눴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화물을 찾아 로비로 나와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을 보니 어느정도 안심이 됐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대구국제공항에 '폭탄 테러'와 '흉기 난동'이 예고된 9일 경찰은 특공대·장갑차 등을 배치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밤 11시16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 "8월9일 대구공항 폭탄테러 할 예정. 폭탄 설치 다 해 놨고 8월 9일 오후에 차로 밀고 들어가서 사시미칼로 사람들 다 찔러 죽일거임"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면서다. 별다른 테러 의심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대구 경찰은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지역경찰, 교통경찰 등 총 60여명과 경찰특공대 장갑차를 배치했다. 현장에 순찰을 위해 배치된 경찰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두터운 장갑과 방패를 소지하고 있었다. 군 특수임무대 또한 소총을 소지한 채 공항 내부를 다니며 순찰에 임했고, 대구공항은 폭발물처리반과 자체 경비원 등 62명의 보안 인력을 배치했다.
이날 오전에는 방치된 짐가방이 폭발물로 의심돼 폴리스라인을 친 뒤 위험물 검사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다행히 내부 수색 등을 통해 위험물이 아님이 확인됐고, 잠시 자리를 비운 가방 주인에게 돌려줬다.
하루빨리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해소돼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시민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공항을 찾은 박모씨(56)는 "최근 테러에 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위협을 암시하는 온라인 글이 자꾸 올라오면서 자녀들에게도 항상 조심하라며 안부를 자주 묻게 된다"며 "익숙한 공간에서 불안을 느끼고, 남들을 의심하게 되는 등 일상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아 안심하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8일까지 특별치안기간으로 혹시나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가짜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재의 분위기에 편승해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일 수 있어 엄정히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대구공항 테러 예고 글에 대해서는 타 지역 공항 테러 게시글과 관련성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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