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年1회 정례화…공동 위협엔 즉각 공조"

  • 정재훈
  • |
  • 입력 2023-08-21  |  수정 2023-08-21 07:24  |  발행일 2023-08-21 제6면
캠프 데이비드 정신·원칙·공약 채택

尹 "2차회의 한국서 열리길 희망"…고위급 협의도 연례화 추진

북핵 넘어 역내외 위협 공동 대응…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도

한미일 정상회의 年1회 정례화…공동 위협엔 즉각 공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자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일은 이번 회의를 통해 3국의 지속적인 공조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고 역내외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공약'을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협력 관계로 향하는 첫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3국 협력 핵심골격 완성

한미일 3국 정상은 18일(현지시각) 열린 회의에서 합의 내용을 문서화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이하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공약) 등 3건을 채택했다. 정상 공동성명을 겸한 '정신'에서는 한미일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망라됐고, '원칙'에서는 향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들을 합의했다.

공약의 경우 '한미일 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공약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한미일 협력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일이 그간 집중해 왔던 대북 공조를 넘어 역내외 여러 위협에 즉각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다. 미중 패권 대결이 갈수록 고조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신의 경우 정상뿐 아니라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협의를 매년 최소 1차례 이상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고위급 협의를 총망라해 연례화한 것은 한미일이 유일하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가변적으로 진행돼 온 한미일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3국 협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역내 평화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 겨냥해 강한 어조로 언급하는 내용도 나왔다. 한미일 정상은 '정신'에서 '남중국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3국 협력 지침을 담은 원칙은 "무엇보다 우리는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연 1회 정례화

한미일 정상은 이번과 같은 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개최는 한국에서 열리기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키로 하고, 재무장관 회의도 신설해 연례화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 협력도 논의됐다. 이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증강된(Enhanced)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이라는 내용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부터 시작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 및 3국 간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를 의미한다.

3국 간 군사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뿐만 아니라 연간 계획에 따라 3자 훈련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또 3국 정상은 우주 영역의 위협과 국가 우주전략, 우주의 책임 있는 이용 등과 관련한 '우주안보 3자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안보를 위협하는 '가짜 뉴스'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해외 허위 정보에 효과적·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공조 체계를 만들고, 정보조작과 감시기술 오용에 따른 위협에도 3국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합의 내용 중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 △불법적인 대량 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 표명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의지 재확인 등이 포함됐다.

3국은 경제안보·첨단기술 분야에선 '정보공유 확대와 잠재적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한 정책 공조 제고를 위한 조기 경보시스템 시범사업'을 출범키로 했다. 한미일 국가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혁신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미국 '혁신기술타격대'와 교류하는 등 공조 강화, 기술 안보 및 표준 관련 협력, 한미일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강화, 한미일 금융 협력, 핵심 광물 관련 3국 협력 공고화 등도 담겼다. 지역과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한미일 '해양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한 아세안·태평양 도서국 지원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 추진 △ 암 정복을 위한 '한미일 암 정책대화' 개최 등에 합의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