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오어지' 반복되는 태풍 피해 논란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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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5  |  수정 2023-08-25 07:44  |  발행일 2023-08-25 제8면
'힌남노' 이어 '카눈'때 또 범람

市 "저수율 낮춰 달라" 요구에

농어촌公 "농업용이라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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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 내습 당시 오어지에서 넘어온 빗물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신광천 둑이 소실됐다. <독자 제공>

경북 포항에서 태풍 '카눈' 피해를 둘러싸고 오어지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인 오어지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내습 때 차오른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넘치며 하류인 냉천 범람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범람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해 책임소재를 두고 긴 공방 끝에 포항시 공무원, 아파트 관리업체, 농어촌공사 직원 등 총 1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올해 6월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불구속 송치돼 있다.

여기다 지난 10일을 전후해 태풍 카눈으로 오어지 인근 지역에 또다시 피해가 발생하자, 저수율 등 쟁점 사안에 대해 포항시와 농어촌공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항시는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에 카눈 내습 전부터 오어지 저수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포항시가 관리하는 진전지의 경우, 카눈 내습 전에 충분한 저류 공간을 확보해 인근 주민과 시설물의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저수율을 낮추지 않은 오어지는 결국 물이 흘러넘쳐 신광천 인근 주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다. 냉천은 진전지에서 시작해 오천읍 주거지역까지 뻗어 바다로 빠지는데, 상류 지점에서 오어지가 있는 신광천이 냉천에 합류하는 형태다.

포항시는 오어지 준설 문제 역시 지적했다. 1997년 이후 30년가량 오어지에 준설이 이뤄지지 않아 상당한 양의 퇴적토가 쌓여 유효 저수량 자체가 낮아 신속하게 준설 작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태풍이 오기 전 수차례 오어지 방류를 요청했으나, 농업용 저수지 수위 유지를 이유로 농어촌공사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태풍 등 재해 발생에 대비,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오어지는 치수용이 아닌 농업용 저수지란 점을 분명히 했다.

저수율과 관련해서는 농업용 저수지 최소 유지관리기준에 따라 유효 저수량의 75% 내외 수준을 유지하도록 명시한 규정을 따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농업용 저수지에 물이 없으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농민에 대한 피해는 왜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반문했다.

준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오어지로 6개 읍·면이 농사를 짓는데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준설을 위해 물을 빼버리면 당장 그해 농사는 망친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 관계자는 "농업용 저수지는 물을 빨리 빼고 싶어도 수로로 하루 1%밖에 못 빼는데 자꾸 홍수 대비 기능을 요구하면 곤란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오어지의 부족한 홍수 예방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항사댐 건설이 추진 중에 있다. 2026년 본 공사에 들어가 2029년 완료할 계획이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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