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7> 읽기에서 쓰기로 그리고 이제는 페이(pa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박한우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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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1 01:55  |  수정 2024-01-04 17:29  |  발행일 2023-11-10 제25면
웹1, 정보 보편적 접근 시대 열어
웹2 환경서 언론, 중재자 역할 제대로 못해 포털과 소셜미디어 발전
웹3, 페이(pay)의 시대 열어,
대화형 AI, 생성형 언어모델 발전 중요한 역할
언론사, 변화 흐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박한우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한 언론사의 관계자가 연락을 해왔다. '웹3.0과 밈코인' 시리즈를 잘 읽고 계시다며, 언론사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 이 분야 전문가들도, 연구기관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뉴스 제작부터 유통까지 기존 공급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진단이 아닌 처방을 원하는 언론사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병원 처방이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듯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위한 웹3 기반 뉴스와 콘텐츠 전략도 회사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웹1)가 정보의 보편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언론사닷컴에서 뉴스를 주로 읽었다.

웹2가 되면서 읽기(문해력)보다 쓰기(참여성)가 더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언론사닷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포털뉴스의 댓글 공간, 동호회 카페,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뉴스 공유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 때때로 의견 충돌을 통해 재미를 찾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소셜미디어

언론사닷컴이 웹1에서 웹2로 전환하면서 중개자(콘텐츠 유통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포털과 소셜미디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데스킹을 맡은 국장이나 경영진은 언론사닷컴을 단순히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수준의 조직으로 저평가했기 때문이었다.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해 주면서도, 낡은 관행에 빠져 페이퍼 저널리즘이 최고라는 허상을 좇는 언론사는 아직 많다.

독자와 시청자는 뉴스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웹1에서는 콘텐츠를 읽는 데 돈이 들었는데, 웹2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돈이 들지 않게 되어,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웹3은 웹1의 장점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인터넷에서 웹2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던 중개자가 무력화될 수 있다. 분산적 특성을 지닌 웹3을 작동시키는 스마트 계약이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의 필요성을 없애기 때문이다.

또한,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가 작성한 희노애락의 콘텐츠와 사람들과 공유한 정서적 유대가 플랫폼 회사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당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회의와 절망도 포털과 소셜미디어가 지배한 중개자의 종말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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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는 이제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 코드를 구현하여 제3자 없이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계약을 쉽게 실행하고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ID 시스템이 필요한 요소이다.

블록체인 중에서도 비트코인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구동되는 반면, 다양한 디애플리케이션(dApp)이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용 블록체인은 자기인증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탈중앙화 ID에 대한 인식과 초기 투자가 없다면 어떤 언론사도 현재로서는 웹3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읽기에서 쓰기로 그리고 이제는 페이(pa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웹1에서 수용자는 원하는 뉴스를 읽기만 했다면, 웹2에서는 뉴스에 대한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웹3에서 뉴스를 통해 거래하고 싶다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새로운 소식과 현장감 있는 사진으로 보도 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고 싶다.

박한우

그리고 이 뉴스를 통해 언론사가 수익을 얻었다면, 나의 노력이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보상받기를 원한다. 그 보상으로는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읽고 반응하는 데 지불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언론사의 경계를 넘어 원하는 물건을 쇼핑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이러한 웹3 서비스는 보편적 ID가 원활히 작동하는 스마트 계약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대화형 AI와 생성형 언어모델의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는 해당 언론사와 제휴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스트레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기획 기사까지 작성할 수 있다. 뉴스룸의 데스킹은 이제 사람들이 매일 올리는 콘텐츠의 팩트체킹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실 웹3에서 팩트체킹의 개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뉴스 생산 과정에서 이용자는 시공간에 대한 자기인증 프로토콜을 이미 사용하기 때문이다.

AI

따라서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사전 검증은 AI의 몫이다. 또한, 언론사는 이용자의 자발적 기여로부터 얻는 뉴스와 콘텐츠와 그들의 체류 시간으로부터 발생한 광고 수입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가 상생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갖추지 않으면, 이용자는 스마트 계약의 블록체인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또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를 찾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언론사는 웹3 시대에 급격히 달라지는 이용자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뉴스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처방전을 발급해도 약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약값을 지불해야 하듯이, 언론사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진단을 통해 진행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쇠퇴하는 뉴스 미디어 산업을 구제할 결정적인 처방전만을 찾지 말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

박한우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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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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