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맛집] 울진군 울진읍 '칼국수식당'…40여년 전통 울진 로컬 '회밥' 맛집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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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08:15  |  수정 2023-10-20 08:22  |  발행일 2023-10-20 제17면
맛나게, 멋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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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시장 골목에 있는 '칼국수식당'의 '회밥'.

'도'나 '미' '솔' 각 음이 서로 떨어져 있다면 감흥 없는 떨림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도·미·솔'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기꺼이 어우러져 '울림'이 된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시장 골목에 있는 '칼국수식당'의 '회밥(횟밥)'은 각 재료를 한데 모아 맛의 울림을 선사해준다.

익숙히 알려진 회덮밥과 겉보기에 비슷한 '회밥'은 투박한 자신만의 음색을 고수하는 음식이다. 끌어올 수 있는 온갖 맛을 뒤범벅해 넘치는 욕망을 이끌어 낸 일시적 식욕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비어있는 한 곳을 채우기 위해 찾아온 손님을 다독이는,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다.

다진 마늘, 채 썬 배와 오이, 상추, 홍고추, 당일 공수한 자연산 회 그리고 밥. 이를 한데 모아 꾸덕한 초장을 곁들여 드디어 조합을 이룬다. 듬성듬성 썰어둔 재료들이 실없이 올라간 그릇에 짙은 초장을 적당히 덜어내 나름의 방식으로 뒤섞으면서 입맛은 더해만 간다. 매번 뜨는 숟가락 속에 담긴 식재료가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변주를 이뤄낸다. 작은 숟가락 속일지라도 어떤 재료가 담기는지에 따라, 어떤 맛을 선사하는지에 따라 울림은 각양각색이다.

맛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한 상에서 이뤄진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회밥과 함께 나오는 작은 칼국수는 메인 메뉴만큼 소중하다. 15시간 끓인 멸치 육수에 면발과 계란, 김가루, 깨가 내려앉았다. 작지만 한 그릇을 온전히 내준다. 회밥을 먹는 틈틈이 면발과 육수를 들이켜면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회밥을 처음 느낌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978년 처음 영업을 시작한 칼국수식당의 회밥은 떨림이 어떻게 울림으로 바뀌는지 느끼게 해준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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