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진영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장 "판촉업계 최고가치는 신뢰…'후회없는 하루경영'으로 신용 쌓았죠"

  •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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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8 08:43  |  수정 2023-11-29 15:35  |  발행일 2023-10-18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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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장(그린기프트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판촉물(販促物). 고객의 수요를 불러일으키거나 자극해서 판매가 늘도록 유도하는 데 쓰이는 물건을 뜻한다. 지금은 고전적인 의미 외에 각급 기관이나 단체의 이미지 제고를 비롯, 정책 및 사업홍보 등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물티슈나 볼펜·장바구니 등은 누구나 받아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무척 흔해졌다. 판촉물이 너무나 친숙한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업계의 생존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도대체 이런 물건은 누가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어낼까' 싶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흐름을 선도해야 하고 고객의 니즈에도 부합해야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곳이 있는가 하면, 속절없이 무너진 경우도 숱하다. 김진영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장(60·그린기프트 회장)도 30년 업력과 신용을 발판삼아 사업영역 다각화로 승부수를 던졌고 성장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또 전국 200여 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 사상 첫 지방출신 회장을 맡아 지방업체의 위상 강화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어떤 경험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입대하는 바람에 기차를 처음 타 봤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일 수도 있으나 50대 이상이라면 실제 그런 사례를 겪거나 전해 들은 경험이 있을 법하다. 김진영 회장은 문경 동로 출신이다. 자칭 '촌놈'이다. 동로초등·동로중을 거쳐 상주 상산고를 졸업한 김 회장이 대구를 처음 와 본 것은 고 3 때. 대학진학을 앞두고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는 대구행 단체버스에 올랐다. 난생 처음 대구땅을 밟게 된 계기였다. 그는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82학번이다.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넉넉한 형편이었음에도 장학금과 공무원 특채 등에 끌려 원서를 냈다. 한때 공무원이 꿈이었으나 다양한 메리트가 줄거나 사라지면서 1년 만에 휴학을 하고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다.

복학 후 남들처럼 기업체 취업준비를 했고 <주>농심에 입사했다. 대리점 관리 및 마케팅부서에서 일한 2년간의 경험이 훗날 김 회장의 인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지는 그 당시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영남대 경영대학원 석사(마케팅 전공)이기도 한 그는 농심 근무 시절 경영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는 판촉물 및 쇼핑몰 기업을 설립, 운영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

퇴사 후 시대를 너무 앞선 아이템과 무모한 도전으로 2~3차례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김 회장은 이를 경험으로 축적했다. 요즘의 '당근'과 같은 형태의 중고물품 거래연결업을 1990년대 초반에 기획,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봤다. 중고거래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무엇보다 홍보부족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또 영화이야기와 광고를 믹스한 영화관련 무가지를,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고객관리에 도움이 되는 잡지를 각각 발행 및 배포했지만 기대치를 밑돌며 한계에 봉착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홍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수요자와 공급자 양측의 입장을 두루 체험하면서 돌파구를 직접 찾기 시작했다. 당시 대세였던 스티커 부착이라는 1차원적 방법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1992년 인쇄업계와의 인연으로 판촉물업계에 뛰어들게 된다.


대기업 경험서 배운 것들
농심 2년간 근무하며 경영에 관심
중고품 연결업·무가지 사업 '쓴맛'
홍보서 한계 느끼고 판촉 뛰어들어

고객만족·사회봉사 30년
국제행사·관공서 정시 납품 100%
협회 첫 지방 출신 회장 '고군분투'
장학회 운영·봉사 활동에도 '진심'


◆신용과 신뢰가 최상위 비즈니스다

김 회장의 사무실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사훈(社訓)은 좀 독특하다. '하루경영'. 판촉물 벤처기업 <주>팔공엠앤씨와 쇼핑몰 그린기프트·소확행 등을 경영하며 지난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그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후회 없이 효율적으로 쓰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훈 옆에 걸려 있는 회사비전에는 '업계 최고의 대우와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다짐도 보인다. 임직원들은 매일 사훈과 비전을 외치면서 하루경영을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는 만큼 신용이 생기고 신뢰가 탄탄해지는 만큼 개인은 물론 회사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은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판촉물업계에서 지상명령은 좋은 물건을 제때 납품하는 납기일 준수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면 존재가치가 없다. 클레임으로 인한 업체의 손해와도 직결되는 문제지만, 그보다 고객의 신용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킨다는 불문율이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2002월드컵·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경주문화엑스포·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국제행사와 대학 및 관공서와의 비즈니스를 통해 신뢰를 구축했다. 지금껏 납기를 어겨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자랑이다. 실제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프레대회 때 시상메달 납품 하루 전 검수과정에서 오·탈자를 발견, 제작업체와 밤새워 다시 만들어 행사를 무사히 치렀던 기억은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불문율을 깨지 않은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또 저가 수입제품이나 부품의 품질검수는 힘이 들고 돌발변수가 많은 데다, 품질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업계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2천여 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김 회장은 코로나19 때 손소독제나 항균타월 등이 주목을 받은 것처럼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발주처의 의도와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을 선점하는 것이 경영상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들려줬다.

◆고객만족과 봉사활동은 기업의 책무다

김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은 부인 김효정(59)씨다. 김 회장은 농심 재직 당시 쉬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꼴일 정도로 빡세게 근무했다. 어느 휴식일 때 교사인 친구를 만나는데 김씨가 동석을 했고, 자신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에 매료됐다는 김 회장은 90년 12월 김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슬하에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 수의사인 큰딸과 영남대 후배가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제주가 고향으로 청주 사범대를 나와, 당시 별다른 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한 김씨와 김 회장의 인연도 예사롭지 않다. 각각 기업활동과 교직생활에 충실했던 이들 부부의 공통관심사는 다름 아닌 봉사였다. 김 회장은 태백로타리 창립회원으로 20년 이상 로타리안으로서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 역시 2000년 자신이 근무 중인 고등학교에서 지도교사로 대구태백 인터렉트클럽을 창립, 20년 넘게 매년 2차례 장학금 지급과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회장이 설립했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장학회와 봉사회는 꽤 많다. 그린기프트봉사단을 비롯, 영남새마을장학회·영남대 석사장학회·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봉사단·로타리자원봉사단 등 줄잡아 10개가 넘는다. 그가 장학금을 전달할 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뒤 오늘 받은 정성을 다른 사람에게 꼭 전달해달라는 당부를 한다.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의 저서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에는 '일생을 마친 뒤 남는 것은 당신이 모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뿌린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김 회장은 이 문구를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고 고백처럼 들려줬다. 그의 남은 꿈은 모친 이름을 딴 '보배장학재단' 설립이다.

김 회장이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장직에 도전한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했다. 서울과 지역의 교류가 가장 컸다. 서로 간의 어려움을 알아야 상호 배려와 공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첫 지방출신 회장이 됐다. 지난해 3월 이사회를 10년 만에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개최하면서 공감대 확산에 나선 그는 전국의 지부를 돌아다니며 현안과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찾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판촉에 종사하는 제조사와 딜러사의 만남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판촉인의 날'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협회활동을 통해 회원사 권익 신장 및 상생에 최선을 다하면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아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회사가 발전할수록 제 형편에 맞는 가치 있는 일들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어찌 보면 '하루경영'에 포함돼 있습니다. 미력하나마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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