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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여당이 '메가시티 서울' 추진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태스크포스를 특위로 격상하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위원 17명을 임명했다. 서울 편입의 외연도 넓힐 모양이다. 김포 편입을 신호탄으로 서울 통근·통학 비율이 높은 하남·과천·구리·광명·남양주까지 아우르겠다는 속내를 비쳤다. 과연 서울 확장이라는 '금단의 문'이 열릴까. 정부는 1973년 이후 50년간 서울의 영역을 동결해 왔다.
국민의힘은 "외국 주요 도시와 경쟁하려면 서울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도가 높지 않다. 인구 8천만명 독일의 수도 베를린 인구는 370만명이고, 인구 6천800만명의 프랑스 파리는 인구 220만명, 파리 외곽을 다 포함해도 1천200만명이다. 한국은 인구 5천만명에 수도권 인구가 2천500만명이 넘는다.
이미 메가시티인 서울을 더 키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비판이 현답이 될 듯하다. "서울을 더 '메가'하게 만드는 건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짓이다." 선진외국은 여러 대도시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 다극체제다. 우린 수도권 일극체제가 워낙 강고하다. 자원배분의 '수도권 독과점' 현상은 이제 임계점을 넘어섰다. '수도권 비중 OECD 국가 1위' '수도권 유입 인구 78%가 청년층' 등을 담은 한국은행 보고서가 곡진하다.
메가 도시 계획은 도시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이 성공 사례다. 오사카·교토와 시가·나라·고베 등 2부 7현은 2010년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간사이광역연합을 구축했다. 이후 GRDP(지역내 총생산)가 증가하며 광역경제권의 진가를 증명했다.
선진국의 메가 도시 추진은 예외 없이 '숙성의 시간'을 가졌다. 간사이광역연합은 2003년 지역 경제계에서 제안하고 민관연대기구 발족 후 7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서야 탄생했다. 영국의 광역맨체스터연합기구는 1980년대 논의를 시작했지만 2014년에야 출범했다. 수도권 판세를 흔들기 위해 불쑥 던진 총선용 '메가 서울' 복안(腹案)과는 태생적 의도가 다르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 SNS에 나도는 'in 서울' 대학 서열이다. 한데 이게 곧 우리나라 전체 대학 서열이라니. '서울 공화국'의 명징한 단면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4일 공개한 지역별 의사분포도 어메이징하다. 2020년 현재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 비중이 38.1%라는 게 놀랍고 2016년에 비해 11.7%포인트 높아졌다는 게 더 놀랍다. '서울 블랙홀'의 가공(可恐)할 자력(磁力)이다.
미국은 아이비리그와 MIT가 동부에 있긴 하나 서부 스탠퍼드, UC버클리, 서북부 시카고대 등 명문이 국토에 고루 산재해 있다. 아마존 본사는 서북 끝단 도시 시애틀에 둥지를 틀었고,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네브래스카주 중소도시 오마하에 있다. 애플 본사 소재지도 캘리포니아주 인구 5만명의 쿠퍼티노다. 모범적 지방분권 국가 스위스의 경우 10대 기업 중 8개사의 본사 위치는 지방이다. 우리는 100대 기업 본사 86%(2022년 기준)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은 '메가 서울' 추진에 속도를 낸다. 차라리 무속인 천공의 주장대로 서울과 경기도를 통째 합치는 건 어떤가. 어쩌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란 슬로건마저 바꿔야 할지 모른다. '서울만 더 살기 좋은 수도권 시대'로.논설위원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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