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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다만 "엑스포 유치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우리나라 국토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0분 분량의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 "실망시켜 드려 정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며 여러 차례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민관이 지난 500여 일간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를 기록하자, '책임론'을 자신에게 돌려 국론 분열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이나 신년사 외에 직접 브리핑룸 마이크 앞에 서서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대국민 담화로,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표는 시작 8분 전에 언론에 공지됐을 만큼 급박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발표 동안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들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은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그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수고해 줬다"며 중앙·지방정부와 기업에 감사를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SK그룹·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차그룹·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윤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지속해서 추진할 뜻을 거듭 밝혔다. 서울(수도권·충청·강원 포괄)과 부산(영·호남 포괄)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더 점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엑스포를 개최하는 일본 오사카를 사례로 들며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른다. 일본 하면 전 세계적으로 도쿄·오사카 두 개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치전을 통해 강조한 국제 사회와 연대도 계속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 이후 일부 참모들에 대한 책임론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연말 개각 및 대통령실 개편의 방향과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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