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몇 년 전 지인들과 모인 자리였다. '대프리카'의 무더위에 싫증이 난 나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머리카락을 밀어야겠다. 단순히 더워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시원할 것 같아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너 페미야?"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 질문의 의도는 아마 사상 검증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페미니즘을 골자로 한 '탈코르셋 운동'(사회가 주입한 여성성을 거부하는 운동)이 열풍이었다. 긴 머리, 화장 등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이러한 운동이 널리 퍼지면서 일각에서는 '쇼트커트 여성=페미니스트' 공식을 주장하며 페미니즘 마녀사냥에 들어갔다. 2021년 여성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를 향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디어에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로 나타난 안 선수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페미 같다" "여자 쇼트커트는 걸러야 한다" 등의 공격을 일삼았다.
몇 년이 지난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 한다면, 이 같은 마녀사냥이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쇼트커트를 한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의 이유는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였다. 이를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전체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전형적 '혐오범죄'"라 정의하며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던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 현실에서 묻지마 범죄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분노와 동시에 피로감을 느낀다. '페미니스트 같은 모습'이 대체 뭐길래. '페미스러운 것'이 뭐길래 개인을 향한 도 넘는 공격을 일삼는 걸까.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짧은 머리를 할 수 있다. 당장 기자의 주변만 봐도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쇼트커트 머리를 한 여성이 많다. 오해에서 비롯한 혐오가 확대 재생산돼 범죄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안타깝다. 설령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이 정말 페미니스트라 할지언정, 이러한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게 마땅한가.
이 기사가 발행되고 나서 내게도 '페미 기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참으로 소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 질문의 의도는 아마 사상 검증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페미니즘을 골자로 한 '탈코르셋 운동'(사회가 주입한 여성성을 거부하는 운동)이 열풍이었다. 긴 머리, 화장 등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이러한 운동이 널리 퍼지면서 일각에서는 '쇼트커트 여성=페미니스트' 공식을 주장하며 페미니즘 마녀사냥에 들어갔다. 2021년 여성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를 향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디어에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로 나타난 안 선수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페미 같다" "여자 쇼트커트는 걸러야 한다" 등의 공격을 일삼았다.
몇 년이 지난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 한다면, 이 같은 마녀사냥이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쇼트커트를 한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의 이유는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였다. 이를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전체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전형적 '혐오범죄'"라 정의하며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던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 현실에서 묻지마 범죄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분노와 동시에 피로감을 느낀다. '페미니스트 같은 모습'이 대체 뭐길래. '페미스러운 것'이 뭐길래 개인을 향한 도 넘는 공격을 일삼는 걸까.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짧은 머리를 할 수 있다. 당장 기자의 주변만 봐도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쇼트커트 머리를 한 여성이 많다. 오해에서 비롯한 혐오가 확대 재생산돼 범죄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안타깝다. 설령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이 정말 페미니스트라 할지언정, 이러한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게 마땅한가.
이 기사가 발행되고 나서 내게도 '페미 기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참으로 소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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