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지하화 사업이 '특별법안' 발의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 초기 대구 신천주공아파트 단지에 걸려 있는 '지상화 반대 현수막' 앞으로 고속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영남일보 DB〉 |
윤석열 정부의 대구지역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지하화' 사업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안이 발의되면서다. 제22대 총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야 공약에도 반영해 수십 년째 지지부진한 숙원사업을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민의 숙원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지하화가 처음 논의된 건 1990년이다. 당시 정부는 KTX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대구 도심구간을 지하화하기로 했지만, 1995년 번복됐다. 이후 대구시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지상화 의견을 제출하면서 2006년 8월 지상화가 최종 확정됐다. 이로 인해 철도 노선 공사와 철로 주변 정비사업에 1조3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해당 구간의 슬럼화와 진동·소음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2016년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대구지역 공약으로 '경부선 지하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듬해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와 2021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하면서 여야가 모두 경부선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힘입어 대구시민의 숙원 사업인 경부선 지하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역민의 실망감만 커졌다.
다시 한번 기대를 걸게 된 건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대구지역 대표 공약으로 반영하면서다. 이후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정부와 협의해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경부선 지하화 사업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총 10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구갑)·강대식(대구 동구을)·이인선(대구 수성구을)·윤두현(경산) 의원 등 TK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의 고통
KTX와 SRT 등 고속열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의 인근 주민들은 열차가 통과할 때마다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받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동대구역 인근을 찾아가 보니 고속열차가 10여 분에 한 대꼴로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었다.
동구 신암동 경부선 철로 인근 주택에 거주 중인 김형우(36)씨는 "소음도 소음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시가 단절돼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주변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도심구간 지하화만으로도 경제 활성화 등 도시의 밑그림을 새롭게 그릴 수 있지 않겠나. 정치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역 인근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주영현(43)씨는 "밖에서 들으니 열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달려서 소리가 큰 것 같다"면서 "야간에는 괜찮겠지만 낮 시간대에는 소음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특별법안에 담긴 내용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지하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철도부지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철도부지 개발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용적률과 건폐율 등의 특례와 함께 부담금 감면, 기반시설 지원 등에 대한 조항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개발 사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기존에 지하화 사업의 발목을 잡아 왔던 예비타당성 조사를 우회하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철도 용지는 국가재산이라 국유재산 관련 법을 따라야 하지만, 법안에는 기재부가 국유재산을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 등을 거치면 정부 출자 기업체에 현물 출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국가 예산이 직접적으로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예타로 인해 불가능했던 지하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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