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지하화, 부지 개발 모멘텀 필요…민간투자 끌어낼 마중물 절실

  • 이승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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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1  |  수정 2023-12-21 08:35  |  발행일 2023-12-21 제3면
경부선 '대구 도심 지하화' 재추진 골든타임<하>
동대구역 등 역세권 빼면 사업성 부족 지적도
공공이 모멘텀 만들어내야, 마중물 사업 핵심
경부선 지하화, 부지 개발 모멘텀 필요…민간투자 끌어낼 마중물 절실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관련 특별법이 발의되는 등 가사회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oengnam.com

수십 년째 답보 상태였던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지하화 논의가 정치권의 특별법 발의로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 관심은 철도 지하화 후 이어질 지상부지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민간투자를 끌어내지 못하면 삽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공공 주도의 '마중물'이 사업의 성패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국비 18억9천여만원을 들여 내년 6월까지 경부선 지하화 및 지상부지 개발방안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용역에는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지하화 방안과 함께 후적지(지상부지) 개발 방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경부선 지하화 사업은 대구 서구부터 수성구까지 연결된 경부선 및 KTX가 지나는 경부고속철도를 통합 지하화하는 것이다. 대구 도심 생활권의 남·북 단절과 양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매번 부족한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특별법에는 정부가 지상 철도용지를 사업 시행자에게 현물로 출자하고, 시행자는 채권을 발행해 철도 지하화 사업비를 먼저 투입한 뒤 지상부지를 조성·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 않아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국비 확보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경부선을 지하화하면 도시 기반시설의 입체화 및 복합화를 통한 도시 구조의 일대 혁신이 이뤄진다. 단절된 도시공간의 통합으로 시민의 생활반경도 15분 거리 이내로 좁혀진다. 노후 도시 기반시설의 첨단화 효과는 덤이다. 대구 도심을 지나는 경부선 구간은 14㎞가량이다. 이 중 동대구역·대구역·서대구역 등 역세권 개발은 어느 정도 사업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대구 교통의 집결지이자 벤처·업무·금융의 중심지인 동대구역 경우 비즈니스 공간(오피스·지원시설 등)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래교통수단인 UAM(도심항공교통)의 대구 결절점(여러 가지 기능이 집중되는 접촉 지점)도 동대구역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민간투자 유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대구 도심과 연접한 대구역 일원도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대구역 철도와 주변 유휴부지를 활용한 상업 업무시설 및 청년창업 거점 시설 조성이 유력하다. 서대구역 일원에는 박물관·아트홀 등 문화사업 플랫폼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3개 역세권을 제외한 나머지 선형 구간이다. 철도는 역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과 연계된다. 역과 역 사이는 그저 역을 연결하기 위한 단순 기능만을 갖는다. 대구도 이와 다르지 않아 역세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거주공간으로는 기피 지역에 가깝다. 투자로 수익성을 보장받긴 힘든 상황인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선형 부분을 '오픈 스페이스(건물·구조물 등이 거의 없는 부지로 공원·녹지를 포함한 녹지공간)'로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수 계명대 명예교수(도시계획학과)는 "역세권 외 나머지 공간까지 고밀도로 개발하게 되면 철도 주변 공간이 후적지로 빨려들어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연결 부분은 선 형태여서 공동주택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도심 내 공원 및 녹지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경부선 라인이 대구의 소위 '핫'한 라인은 아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사업 추진의 기본 골격은 갖춰지지만, 수익성은 담보하기 힘들다"며 "민간의 구미를 당길 마중물 사업이 필요하다. 서울숲 개발 이후 서울 성수동 일대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처럼, 민간투자를 끌어낼 모멘텀은 공공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도시는 생태계다. 도시 내 공간들도 서로 경쟁한다"며 "K2 군공항 및 군부대 등 후적지가 산적한 대구의 현 상황 역시 경부선 지상부지 개발에는 걸림돌이다. 핵심 앵커시설 유치 여부가 사업 성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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