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 이유 보니…"무한경쟁 사회, 비교하는 문화 개선돼야" 고충 호소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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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8 14:26  |  수정 2023-12-08 14:26  |  발행일 2023-12-08
보건복지부, 8일 '패밀리스토밍' 개최



애 안 낳는 이유 보니…무한경쟁 사회, 비교하는 문화 개선돼야 고충 호소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왼쪽에서 두번째)이 7일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열린 저출산 기획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무자녀 가구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문제 외에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패밀리스토밍'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자녀 계획이 없거나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청년 세대 무자녀 부부 12명이 참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무한경쟁 사회인 한국의 분위기를 문제로 꼽았다. 참가자 이모씨는 "아이의 입시 전쟁에 참전할 자신이 없다.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지금은 학력 수준이 높아진 부모들 경쟁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냐"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계속 비교한다. 그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다"며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긴 근로 시간과 열악한 보육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고,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너무 힘들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 등 위탁 보육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행사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며 "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되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는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미혼 가구·다자녀 가구 등과도 패밀리스토밍을 개최할 방침이다. 제시된 대안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정책기획단 회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될 계획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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