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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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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TK(대구경북) 의원을 향해 '비만 고양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조롱에도 TK 의원은 조용했다. 한마디 대꾸하는 의원이 없었다. 스스로를 '비만 고양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됐다.
내년 총선을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도 TK 의원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희생을 통한 여야의 혁신 경쟁에 불이 붙었지만, TK 정치권은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비만 고양이처럼 복지부동하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섬 같은 존재다.
국민의힘에선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주류 희생안'을 수용한 셈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희생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의 결단으로 주류 및 중진에 대한 희생 요구가 거세질 전망된다.
비상대책위가 꾸려지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압박 강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소장파인 이탄희 의원과 경제통인 홍성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이 6명에 이른다.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현실 정치에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어쨌든 기득권을 내려놓았다는 인상을 준다.
야권에서 혁신 경쟁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된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TK 정치권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안에는 '영남 중진'도 포함돼 있다. 영남권에선 PK(부산경남)가 혁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 3선 하태경 의원의 수도권 출마,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김 대표의 2선 후퇴가 나왔다. TK는 아무도 없다.
최근 TK 일부 초선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당 지도부 흔들기를 중단하라'며 민심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눈총을 사기도 했다. 희생은커녕 혁신 경쟁에 훼방을 놓은 꼴이다. "주인 눈치를 살피며 주는 먹이를 먹고 살만 찌우는 비만 고양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SNS를 통해 "이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하라"고 했다. 김기현 지도부를 옹호한 친윤 및 초선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TK 의원들은 지금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사심(私心)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TK의 한 초선 의원은 "초·재선이 그만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지역에는 윤핵관도 없다. 희생하는 모습은 중진 의원이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