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맛집] '망향비빔국수 대구수성점', 네 글자만으로 설렌다…새콤달콤 비빔국수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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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9 08:32  |  수정 2023-12-29 08:59  |  발행일 2023-12-29 제18면
맛나게, 멋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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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비빔국수

대부분의 남성이면 누구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군 복무 시절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성 탓에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들은 약 2년의 세월을 국가에 바치기 때문이다. 군 장병들은 마음대로 밖으로 나갈 수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도 못해서인지 원초적 욕구도 강하다.

10여 년 전 기자가 눈물을 머금고 입대한 중부 전선 모 부대에서 훈련을 받던 시절, 눈과 코를 자극했던 맛집이 있다. 신병교육대 정문을 바라보고 있는 '망향비빔국수'였다. 매일 아침 3㎞ 뜀걸음을 할 때면 면발 삶는 고소한 냄새가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자극했다. 특별할 것 없는 간판이지만 '비빔국수'라는 네 글자만으로 계급도 없는 훈련병들을 설레게 했다. 그래서일까. 말년 병장이 돼서도 가끔 외출할 때면 반드시 들르던 곳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그 기억마저 희미해질 무렵 대구에서 다시 그 냄새를 마주쳤다. 수성못 인근의 망향비빔국수 대구수성점에서다. 늘 지나던 수성못 인근인데, 모르고 지냈다.

낯익은 간판을 보고 귀신에 홀린 듯 가게로 들어가 비빔국수를 주문하니 한 그릇 푸짐한 국수가 나온다. 40년 전통 방식으로 숙성시킨 빨간 야채수 국물에 국수를 이리저리 비벼 한입 가득 넣으니 새콤달콤함과 알싸함이 동시에 입안으로 퍼진다.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망향'이라는 뜻처럼 대구에서 맛의 고향을 만나게 된다. 국수를 마시듯이 먹다 보면 입안이 얼얼해지는데, 이때 백김치와 왕만두를 곁들이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때 먹던 국수 맛이 그리운 전우가 있다면 꼭 한 번 가보길 권한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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