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 소통·책임경영으로 공공·수익성 두 토끼 사냥"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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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2 08:12  |  수정 2024-01-12 08:14  |  발행일 2024-01-12 제20면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출범…공영도매시장 관리체계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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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출범식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

1988년 문을 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비수도권 최대 농수산물집합소로 유명하다. 개장 당시만 해도 현대적 시설을 자랑했다. 당시 시장이 들어선 칠곡지구는 개발 중인 탓에 주민 불편도 적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 노후화로 인한 불편도 잇따랐다. 시장 주변에 주거 시설이 늘어나면서 인근 교통혼잡과 고질적인 악취 문제가 야기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전이 논의됐지만 현 위치에 존치되고 시설 현대화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현대화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현대화로는 각종 문제와 불편을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다시 도매시장의 이전이 급물살을 탔다. 이전 행선지는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667 일대 27만8천㎡ 부지로 결정됐다. 공영도매시장의 관리 주체도 대구시 직영사업소에서 지방공사로 전환됐다. 역사적인 변화를 맞게 된 셈이다.

◆경영혁신 통해 개혁적 변화

지난 1일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공영도매시장 개장 36년 만이다. 공영도매시장의 관리 체계를 시 직영에서 지방공사로 전환해 운영하는 건 전국 첫 사례여서 상징성이 크다.

이날 공사 출범은 단순히 운영 주체만 바꾼 게 아니다. 경영 혁신을 통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능률성과 효율성을 가진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분기점이다. 시설관리 위탁 업무에 국한된 한계를 넘어서, 트렌드에 맞게끔 자체 개발사업들도 추진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매출액은 1조2천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34개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거래 규모로는 셋째로 많다. 하지만 전국 3대 공영도매시장이 무색하게도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31개 도매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운영평가에선 대구는 16위에 그쳤다.

공사 전환을 통해 민간 경영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게 되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할 수 있다. 기존 관료조직에서 부족했던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신속 대응할 수 있고 전문적 유통관리가 가능해 대구 시민을 비롯한 이용객들이 신선하고 저렴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다른 공사나 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유통기술과 프로세스 도입 및 개선이 가능해진다는 것도 강점이다. 공사 수지 개선 외에 유통인들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사 특성상 유통인의 변화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서, 농수산 유통 전반에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도매시장관리사무소에서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로 운영 주체가 변경되면 공사인력의 효율적 활용, 도매시장 관리 및 운영 등 모든 영역에서 민간의 전문성과 능률성·효율성이 적용돼 고객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며 "특히 외부의 요구에 즉각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게 돼 유통종사자들은 물론 방문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설관리 등 업무 한계 넘어서
자체 개발사업 적극추진 계획
급변하는 유통환경 신속 대응

출하·유통·소비자 서비스
강화 도매시장 비전까지 공유 방침
기존 시설 유지관리에도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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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에 우선 가치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운영의 핵심 모토는 '소통'이다. 공사는 도매시장 고객에 대한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고 유통인, 출하자, 소비자에 대한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의 이해과정에서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고 도매시장 방향 및 비전도 적극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유통인뿐만 아니라 출하자, 소비자 모두 공사의 고객이다. 공사 입장에선 친절도 향상 등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공사 운영에 있어 소통에 방점을 둔 만큼 지금까지 나온 우려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현재 유통인들 사이에선 도매시장 이전 전까지 노후시설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지난해와 올해 시설물 유지보수 예산을 비교하면 올해 공사의 유지보수 예산이 소폭 증액됐다. 공영도매시장의 모든 것을 책임질 공사에서 기존 시설의 유지·관리·보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규모 수선·개보수 작업의 경우 대구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2022년 화재가 발생한 농산A동에 대한 재건축공사는 대구시에서 총사업비 99억원을 들여 추진 중이다. 올해 중으로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착공을 해 내년 6월쯤 준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13년에 이어 2022년에도 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만큼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공사는 '도매시장 안전사고 제로(Zero)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 관리할 계획이다.

이젠 대세가 된 'ESG(환경·사회적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에도 나설 방침이다. 사회적 책임에 기반을 둔 ESG 경영을 정착시켜 공사 및 도매시장 가치 제고와 업무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ESG 경영은 비재무적 성과를 토대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지만 정착이 돼 업무의 품질이 향상되면 공사 및 도매시장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재무적 성과도 향상될 수 있다.

공사는 출범에 맞춰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온라인 도매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영남권 물류 거점으로 성장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계획이다.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초대 사장은 "주어진 사명과 책무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공사와 도매시장이 앞으로 30년, 100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사와 도매시장이 굳건하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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