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이강인 부모님과 나 회초리 맞아야"

  • 서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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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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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축구상위원회 제공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 마땅합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중 불거졌던 대표팀의 내분 논란에 대해 자책하며 어른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차 전 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축사자로 나서 한국 축구계를 향한 뼈있는 조언을 했다.

그는 “축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야기해 왔다”며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간 갈등 사건을 언급했다.

앞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이강인은 요르단전 전날 식사 자리에서 일부 선수와 별도로 탁구를 쳤다.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이를 제지하는 주장 손흥민에게 반발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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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SNS
지난 21일 이강인이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빌었고, 손흥민은 후배의 사과를 받아줬다.

손흥민은 지난달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라며 "모든 선수가 대표팀 선배로서, 또 나는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좋은 사람과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밝혔다.

이날 손흥민은 이강인과 함께 서서 미소를 짓는 사진을 게재했다.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스물세 살의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한국 팬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상을 받는 세대는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욱 많아질 수도 있다”며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이런 예절이 자신이 과거 독일에서 성공한 이유이며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와 자신이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라고 언급하며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이 존경받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다시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걸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과, 뻔히 방향을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고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고 작심 발언한 뒤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또 세대 간, 문화 간 갈등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배와 후배, 어른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는 동료와 다투고 선수가 감독에게 거친 모양으로 대드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다”라며 “다른 문화를 경험한 세대 간 마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교육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부끄럽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끝으로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품위 있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할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차범근축구상' 1988년 시작으로 매년 훌륭한 활약을 펼친 한국 축구선수 꿈나무를 발굴해 시상하는 유소년 축구상이다.
서용덕기자 sydkj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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