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두고 '경북대 총장 vs 의대 학장' 정면 충돌

  • 강승규,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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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3 18:12  |  수정 2024-03-13 15:50  |  발행일 2024-03-04 제6면
홍원화 총장 "의대 정원 현재 110명서 250~300명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전달할 것"
권태환 학장 항의 서한 통해 "성급하고 무모한 결정"…사퇴의사도 밝혀
경대의대 교수회 성명 내고 "증원 찬성 독단적 결정 깊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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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영남일보DB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두고 경북대 홍원화 총장과 권태환 의대 학장이 정면 충돌했다. 여기에 의대 교수회도 합세하면서 경북대 구성원 간 학내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홍 총장은 지난 2일 서울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북대는 의대 교수 55%가 증원에 찬성하는 상황"이라며 "신입생 정원을 현재 110명에서 250~300명으로 늘려 달라고 4일 교육부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총장은 "1981년만 해도 한 학년 정원이 240명이었다. 그 시절 많을 때는 300명을 대상으로도 수업을 했으니 정원을 늘려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며 "증원을 반대하는 전공의와 재학생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권 학장은 홍 총장에게 강한 항의 서한을 보내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학장은 항의 서한을 통해 "여러 차례 홍 총장에게 대규모 증원을 하면 교육이 매우 어려워지고, 지역 의료 확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홍 총장이) 성급하고 무모한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권 학장은 "홍 총장은 300명을 늘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의대 교수들을 포함한 경북대 전체 교수와 학생들, 경북의대 동문과 시민들에게 3월 4일 전에 공개적으로 먼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는 "졸업정원제 시절 의대 입학정원은 160명이었고 30% 추가 모집을 통해 208명을 채운 것이니, 인터뷰 내용도 오류"라며 "교수 55%가 증원을 찬성했다지만, 의대가 대학 본부로 보낸 공문을 통해 '현 상황에서 입학정원 증원에 관해 찬성 논의를 하거나 증원 수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지, 증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권 학장은 "(대학 본부는) 4일 교육부로 보낼 예정인 의대 증원 신청서를 보류하거나, 현재 정원(110명) 동결 혹은 전국의대학장협의회에서 요청한 10% 증원 폭 안에서 제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권 학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교육'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다. 교육은 정교한 계획 하에 이뤄져야 하는데, 대규모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너무 무모한 결정"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 확대 폭에 대해서는 면밀히 논의를 해야 한다. 일단 증원 신청 서류 제출을 연기하고, 그 후에 정부와 의료계가 만나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련의 과정을 보며 학장으로서 제 수명은 이미 다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경북대의대 교수회도 2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증원 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전문 집단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정부의 졸속적인 의과대학 입학 증원 안은 교육여건 부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수회는 "의대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휴학을 결정하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총장이 증원 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의대 교수 전체 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교수회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한편, 영남일보는 홍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시도를 했으나 닿지 않았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의대 증원 규모 등과 관련해 "고려할 요소가 많아 논의를 진행 중이며, 학내 갈등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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