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계에 "2천명 줄이려면 통일안 제시하라"…사과 담은 대국민담화 발표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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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1 14:40  |  수정 2024-04-01 14:41  |  발행일 2024-04-01
윤대통령 대통령실서 사과 담은 대국민담화…"2천명은 최소 규모" 강조
"국민 불편 해소 못해 송구"…의협 총선개입·정권퇴진 운운 비판도
의료계 비판속 "더 타당한 안 가져오면 얼마든 논의" 언급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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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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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위해 브리핑실에 입장,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의대 증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직 등 집단 행동 중인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2천명 의대 증원이 최소한 증원 규모라면서도, 의료계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같이 밝혔다. 짙은 남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선 채 51분 동안 대국민 담화를 직접 발표했다. 1만4천여자 분량 발표가 길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발언 중간에 세 차례 물을 마시기도 했다. 브리핑룸에는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두고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다.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29일에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 소식에 사실상 사과 성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 "국민께 사과"로 시작해 2천명 증원 당위성 강조
이날 윤 대통령은 먼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정갈등 사태가 불거진 이후 윤 대통령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시냐"며 "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정부의 의료 개혁에 힘을 보태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담화 내용을 의료 개혁의 추진 근거와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2천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증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인력 수급 추계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을 구체적 수치로 들어가며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OECD 국가 등 타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10∼20년이 지나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의료계의 '일방적인 증원'을 언급한 듯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점도 부각했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총 37차례에 걸쳐 증원 방안을 협의했고,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간 협의체에서는 19차례 논의를 진행했다며 구체적인 회의 날짜까지 하나하나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천 명에서 줄여야 한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계와 정부가 '2천명 증원' 규모를 놓고 양보 없는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변동이 가능할 것이란 해석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 지지율·유불리 신경않고 개혁 완수 강조
윤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의대 증원을 위시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27년 동안 반복한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지난 27년 동안,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의사 증원과 의료 개혁을 그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역대 어느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돼 지금처럼 절박한 상황까지 왔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내셔서 이 자리에 세워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안다"며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고 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대응, 건설 현장 '건폭' 개혁,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이익단체나 이해 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정면 돌파했던 주요 정책들을 일일이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노조 단체와 지지 세력들은 정권 퇴진과 탄핵을 외치며 저항했지만, 만약 그때 물러섰더라면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의료 개혁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요구하는 데 대해 "(의협은)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복귀를 재차 요청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해 진행 중인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두고는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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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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