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수리남' 화물선서 94만 명 분 코카인 발견…검찰 수사 착수

  • 민경석
  • |
  • 입력 2024-04-15 16:54  |  수정 2024-04-15 16:55  |  발행일 2024-04-16 제8면
대구지검, 美 마약단속국과 공조수사
발견된 코카인 18.43㎏…시가 142억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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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울산 온산항에서 정박한 화물선에서 압수한 코카인. 대구지검 제공

울산 온산항에 정박 중인 화물선에서 142억원 상당의 코카인이 발견돼 검찰과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공조 수사에 나섰다.

15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6일 울산 온산항 3부두에 정박해있던 멕시코발(發) 2만5천t급 화물선에서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던 잠수부가 선박 바닥에 있는 해수 흡입구(시체스트·Sea Chest)에서 이 수상한 물체를 발견해 세관에 신고했다.

이후 대구본부세관이 물체를 열어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카인으로 확인됐다.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대구지검은 코카인 28.43㎏을 압수했다. 1회 투약분 0.03g을 기준으로 한 번에 무려 93만 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적발 당시 코카인은 1㎏씩 28개의 블록 형태로 소분한 상태로 포장돼 있었다. 코카인을 숨기면서 매립·설치한 GPS(위치추적 장치)도 발견됐다.

검찰은 6개 국적의 화물선 선장과 선원 등 19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고 긴급 마약류 감정 의뢰(코카인 양성 감정)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벌였다. 다만, 화물선 내 CCTV 영상과 입출항 경로 등을 분석한 결과 승선한 선원들이 코카인 밀반입에 관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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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지난 6일 울산 온산항에 정박된 화물선에서 따개비 제거작업을 하던 잠수부가 코카인이 든 가방을 발견했다. 대구지검 제공


선사 측은 지난해 6월 3일 마지막으로 시체스트 청소작업을 했으며, 수명이 최장 1년인 GPS 배터리는 압수 당시 이미 방전돼 있었다. 여기다 코카인 가방 표면에 번식하고 있던 따개비 형상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밀수출을 위해 코카인을 은닉했다가 계획대로 회수하지 못해 방치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미국 DEA와 공조를 통해 코카인 밀수 관련자를 특정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해당 화물선은 아연·납 광석을 운반하는 싱가포르 선적으로 지난달 4일 멕시코 만사니요항을 출항한 뒤 같은 달 16∼19일 캐나다 밴쿠버항을 경유해 이달 5일 울산 온산항에 도착했다. 이후에는 일본을 거쳐 뉴질랜드로 갈 예정이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다량의 코카인 밀수 사건은 한국을 경유한 뒤 타국으로 출항하려는 선박이나 타국에서 하적하지 못한 화물에서 적발된 사안으로, 이번 건도 밀수 목적지가 한국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국내 대량 유통 위험성도 포착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마약류 밀수범죄에 철저히 대응하고, 마약류의 국내유입을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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