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활한 대만 경제의 성공비결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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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4  |  수정 2024-06-14 07:10  |  발행일 2024-06-14 제26면
반도체發 대만 경제 재팽창
국가주도 치밀한 성장 전략
국책硏·기업 '원팀' 합작품
산·학·연 인프라 갖춘 TK도
대체불가 공급망 희망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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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최근 대만의 비상(飛上)이 눈부시다. AI 핵심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 AMD의 리사 수는 모두 대만계 미국인이며, 비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인 대만 TSMC는 전세계기업 시가총액 기준 10위에 진입하였다. 또한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GDP가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1/3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작년에는 8천억달러를 넘어 1/2에 육박하였으며, 상장기업의 시총은 2천865조원으로 2천500조원인 한국을 이미 추월하였고, 간판기업인 TSMC는 삼성전자의 2배에 가깝다.

1970~9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리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침체의 길을 걷던 대만이 최근 들어 다시 승천(昇天)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결은 철저히 국가 주도로 치밀한 전략하에 과학기술산업단지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인력양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가 된 대체 불가능한 첨단 부품·제조기술 중심의 산업생태계 구축이다.

이 산업생태계의 터전(base)이 바로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남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주과학공업원구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방하여 1980년대부터 조성된 신주과학공업원구는 정부 주도로 성공한 대표적인 과학기술산업단지로서 대만 반도체 매출의 80%를 올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UMC 등이 입지하고 있다.

신주사이언스파크에는 입주 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인력 공급과 R&D 지원 및 창업을 지원하는 모태(母胎)이자 두뇌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자리잡고 있다. ITRI는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 대학에 비유되며 대만 산학연계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기초연구보다는 응용기술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주요 R&D 성과를 민간에 이전하고 기업육성과 지원에 적극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자극받은 대만 정부가 1973년 설립한 ITRI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며 한국 100대 기업의 시총을 추월하는 산실 역할을 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대표적 성공사례인 TSMC는 ITRI의 사내 벤처에서 시작하였다. ITRI 원장이었던 모리스 창은 당시에 개념조차 없던 사업모델인 반도체 파운드리를 정부에 제안했고, ITRI는 장비와 기술 및 전문가를 TSMC에 이전하며 1987년 TSMC를 창업했다. 파운드리 기업인 TSMC 등에 생산을 의뢰할 수 있게 되면서, 대만에는 수많은 반도체 설계 회사가 만들어져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대만 내에서 가능한 완결형 반도체 생태계는 그 시작과 중심에 ITRI가 있다. 대만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만 발전과정은 외견상 한국 성장사의 복제본을 보는 듯하지만 실제는 크게 다르다. 필자가 15년 전 신주테크노파크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의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파크사업을 통합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이점은 정부 주도로 단지 내 IRTI와 기업이 하나의 몸통처럼 긴밀하게 연계 협력하고 있어 먼 미래에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위협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불과 15년 만에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회복탄력성을 가진 국민에다 대구경북에는 다수의 국가산단과 세 개의 테크노파크가 있어 시장과 도지사께서 기업가형 지방정부의 CEO로서 특히 지역대학과 연구기관들이 ITRI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드하여 대체불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부품·제조기술(배터리제조기술 등)을 찾아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희망은 있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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