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엄마의 호작질, 대구 달서구 본동행정복지센터 시 공부반

  • 문순덕 시민기자
  • |
  • 입력 2024-06-26  |  수정 2024-06-26 08:20  |  발행일 2024-06-26 제24면
2024062301000737900030781
대구 달서구 본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 공부반 '엄마의 호작질' 회원들이 시 공부를 하고 있다.
2024062301000737900030782
엄마의 호작질 회원 이순특씨의 시 '아버지'

매주 월요일이면 대구 달서구 본동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시 공부반 '엄마의 호작질' 모임이 열린다.

2022년 4월,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어려울 때였다. 학산문학 회원 세 명이 학산 소나무 숲에서 시 낭송 연습을 하는데 근처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 세 분이 시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 우연한 만남이 시 공부 출발점이 됐다.

장소를 물색하다가 본동행정복지센터에 사정 이야기를 한 후 사용 허락을 받고 지금까지 그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강의를 맡은 박남규(71) 시인은 백혈병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완쾌 판정을 받은 후, 사회에 봉사하는 맘으로 어르신들께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네 분의 할머니로 시작했는데 정식 회원 모집공고를 해 15명의 회원이 확보됐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 분이 빠지고, 현재 회원은 12명이다. 글 쓰는 재미에 빠진 어르신들은 인생의 후반전을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호작질'은 경상도 사투리로 쓸데없는 장난을 뜻한다. 어르신들은 호작질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어릴 적 꿈꾸던 문학소녀의 꿈을 뒤늦은 나이에 펼쳐보지만, 보람이 크다. 자신이 그린 그림에 시를 적어서 완성된 작품을 자녀와 손주에게 보여주었더니 가족의 감탄이 이어졌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어르신들은 신바람이 났다.

시 공부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집에 가면 텔레비전 보는 재미보다 시 쓰고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들은 노년의 외로움을 잊고 산다고도 했다.

3년 동안 글쓰기 반에서 열심히 공부해온 이순특(81, 달서구 월성동) 어르신은 "여덟 살 때 1학년 다니다가 6·25전쟁으로 공부를 못해서 2, 3학년 띄우고 다시 공부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상급학교 진학을 못한게 평생 한이었는데 이 나이에 공부하니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경숙(76, 수성구 신매동) 어르신은 25년 전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돼 소리 듣고 시 낭송 활동을 해 보려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2년 전 수필집을 출간했다. 이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한수자(78)씨가 동행하고 있다. 한 씨는 시낭송회원으로 자신이 지은 시를 낭송해 보기 위해 이 반을 택했다.


엄마의 호작질 어르신들은 학산문학 회원 시화전에 두 번 참여했으며 올가을 학산 한마음축제 때 시화전에 참여하고 시집 출간 계획도 있다. 내년 봄 시인으로 등단할 꿈에 부푼 어르신들은 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여러 친구를 만나고,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매주 모이는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