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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의 한 의과대학 실습실 앞에 학생들이 의사 가운을 걸어 놓았다.<영남일보 DB> |
2020년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 사태가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대부분 의대생이 국시를 거부하면 매년 3천여 명이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는 대형병원 전공의 부족과 전문의 배출 지연을 초래해 의료공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국시 응시 예정자 96% "시험 거부"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의사 국시를 치러야 하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 대부분이 응시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3천15명의 본과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5.52%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월부터 11월까지 실기시험, 다음 해 1월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국시원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협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국시 접수가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했다. 본과 4학년뿐 아니라 다른 학년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으며, 정부의 유화책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조정하고, 수업일수 단축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의대협 손정호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바는 이미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전달했다"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는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정책 전면 백지화, 수련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등 8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2020년 이어 "국시 추가 실시" 검토…의료공백 심화 불가피
의대생들은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서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로 대응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결국 의대 증원을 포기하고, 의대생에게 국시 재 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젊은 의대생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2021년 국시 실기시험은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실시됐고, 재 응시 기회를 얻은 의대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의사 국시를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의대생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복귀 후 남은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의료계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시 추가 실시 검토 등 유화책에도, 의대생들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의대 교육 현장이 정상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국시 거부가 현실화하면, 신규 의사 인력 수급 차질은 물론, 의료 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이라는 일련의 양성 체계에 공백이 생기면 쉽게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 교수로 퇴임한 대구지역 A 병원장은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서 전공의 수련, 전문의 자격 취득에 이르는 시스템은 매년 단위로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며 "이 과정이 한 번 어긋나면, 공백을 메우는 게 매우 어려워 그로 인한 파급 효과는 연쇄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거부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국가고시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내년도에 신규 의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경고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