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수비별빛캠핑장은 텐트뿐 아니라 트레일러와 카라반 진입도 가능하다. 6㎏ 미만의 반려동물과 함께 캠핑을 즐길 수도 있다. 캠핑장 계곡은 대부분 성인의 발목 또는 종아리 정도의 깊이여서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특히 좋다. |
수비면 수하리는 영양의 동북쪽 끝이다.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호하자고 세계의 사람들이 약속한 땅, 수하리는 청정 오지다. 수비면 소재지를 지나 장수포천과 함께 끝없는 초록 세상으로 나아가다 보면 본신리 방향 교통표지판과 함께 영양수비 별빛캠핑장 2㎞ 이정표가 나타난다. 장수포천의 지류인 본돈천(本敦川)을 거슬러 가는 길이다. 번동 6교, 5교, 4교를 차례로 건너면서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물굽이가 급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번동 3교에 다다르면 바로 피처에 수비 별빛캠핑장의 박공지붕 집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왼쪽으로 쏙 들어간 오솔길 초입에 '창방우골 숲길 안내도'가 있다.
영양 수비별빛캠핑장 잣나무 치유숲. 잣나무 숲의 피톤치드는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숙면을 돕는다. 공기를 정화하고 악취를 없애며 방부, 살균, 방충에도 효과적이다. |
◆창방우골 주상절리로 가는 잣나무 숲길
천변을 따라 늘어선 텐트들이 보인다. 자그마한 텃밭 너머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사방댐을 슬렁 넘어 본돈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 산은 무슨 산일까. 현대의 지도로는 아무래도 갸웃하다. 조선 후기 고산자 김정호와 어시재 최성환이 편찬한 여도비지(輿圖備誌)에 수비 일대의 산천 지도와 '불길산(佛吉山)은 수비면이 끝나는 경계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1918년도 지형도에 맞춰 따져보면 지금 이 오솔길은 불길산의 남쪽 자락이고 일대는 서본돈(西本敦)과 본돈의 가운데쯤 된다. 본돈은 수비면 본신리의 자연마을로 번동, 본동이라고도 부른다. 본돈천의 그 '본돈'이고 번동교의 그 '번동'이다. 본돈은 산이 험하고 재가 높아 해가 지면 산짐승이 겁나서 다닐 수 없었다는 마을이다. 지금은 번동 1교를 기준으로 본신리 본돈 마을과 수하리가 나뉘지만 적어도 20세기 초까지 본돈천 골짜기는 모두 본돈이 아니었을까.
오솔길은 곧 수목들에 둘러싸인다. 처음에는 활엽수가, 이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잣나무들의 숲이 나타난다. 잣나무가 떨어뜨린 잎과 솔방울이 잔뜩 쌓여 걸음마다 폭신하다. 산짐승이 나타났었다는 옛이야기도, 호젓한 숲길이 주는 자연스러운 오싹함도 잊게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깊고 길게 한숨을 쉰다. 가슴이 뻥 뚫린다. 잣나무 숲은 인간에게 유익하다. 피톤치드 덕분이다. 피톤치드는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숙면을 돕는다. 공기를 정화하고 악취를 없애며 방부, 살균, 방충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잣나무 숲의 산림 치유 효과가 주목받고 있는데 전국의 잣나무 숲마다 '치유 숲' 또는 '산림치유' '치유쉼터'등의 수식이 붙은 것을 자주 본다. 이 숲도 '잣나무 치유 숲'이다. 잣나무는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산을 얼마 오르지 않았지만 수비면 자체가 본디 해발이 높다. 잣나무는 최저 영하 90℃에도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공해에는 약하다. 영양에는 공해라는 단어가 얹혀살 땅이 없다.
피톤치드 내뿜는 빽빽한 잣나무 숲속
불에 그을린 장작더미 같은 주상절리
뜨거운 용암 식어 사각·육각 형태로
언제 적 일인지 속으로만 소설 한 편
계곡을 가로지르는 목교를 건넌다. 들어 앉아 물소리와 함께 흐르고 싶은 계류다. 깊어 보이는 소(沼)를 만난다. 계곡물은 강돌을 시멘트로 뭉쳐놓은 듯 기묘한 역암의 벼랑을 타고 흘러 소로 낙하한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한다는 선녀탕이다. 누군가는 견우와 직녀탕이라고도 한다. 잣나무 숲길은 계속 이어진다. 높고 빽빽하다. 잣나무가 빽빽한 숲일수록 피톤치드의 농도가 높다. 단순히 잣나무가 많아서 피톤치드 농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나무가 빽빽하면 숲 내부의 기온과 습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불에도 강하다. 저기 불에 그슬린 장작더미 같은 바위가 보인다. 바로 '창방우골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냉각되면서 만들어진다. 아주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흘렀다는 의미다. 그리고 아주 급격히 식으면서 수축하여 육각형 또는 사각형 모양의 주상절리가 되었다. '창방우골 주상절리'에 대한 전문가의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언제 적 일인지, 냉각의 동인은 무엇인지, 속으로만 이렇게 저렇게 소설을 쓴다. 왜 골짜기의 이름이 창방우인지도 모르겠다. 옛 지도에는 없는 이름이다. 바위를 방구, 방우라고 하니 창 모양의 바위라는 뜻 같다. 창 모양의 바위는 어디에 있나. 모르는 것투성이다. '창바우골 주상절리'가 내다보이는 전망대에 비스듬히 누워 잣나무 우듬지 사이로 열린 하늘을 본다. 아름다운 숲속에 신비로운 바위임은 분명하다.
'창바우골 주상절리'에서 하늘을 향해 숲길을 계속 오르면 임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멀어지는 임도는 영양 국제 밤하늘보호 공원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캠핑장으로 내려설 수도 있고 본돈마을로도 갈 수 있다. 창방우골 숲길은 3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는 캠핑장에서 주상절리까지 왕복하는 20분 정도의 숲길이다. 2코스는 주상절리에서 임도를 따라가다 별 따러가는 계단 전망대로 간 뒤 캠핑장 앞의 본돈천으로 내려서는 40분 거리의 순환 숲길이다. 3코스는 계속 임도를 따라가다 번동마을로 내려서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1시간 30분 거리의 순환 숲길이다. 2코스를 따라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간다. 작은 전망대가 있고 캠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캠핑장에서는 목공체험, 스톤페인팅, 영양고추장 만들기, 텃밭체험, 숲 해설사와 함께 잣나무 치유 숲과 창방우골 주상절리 둘러보기, 별빛샤워체험, 인근 밤하늘보호 공원의 천문대와 반딧불이 생태공원과 연계한 체험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
◆별빛으로 샤워하는 수비별빛캠핑장
수비 별빛캠핑장은 본돈천이 'ㄱ'자로 부드럽게 꺾이는 자리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돌배나무가 줄줄이 늘어선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14개의 B사이트가 물가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한다. 이끼 하나 없는 물이다. 차디찬 물은 얼음처럼 투명해 물속이 훤히 보이고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윤슬에 몸을 뒤척인다. 어른 허벅지 정도의 깊이가 몇 군데 있고 대부분 성인의 발목 또는 종아리 정도의 깊이여서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특히 좋다. 천 맞은편으로 창방우골 주상절리로 가는 2코스 숲길이 열려있고 고개를 들면 숲의 우듬지에 내려앉은 전망대가 보인다.
입구 오른편으로는 주인장의 집과 여러 편의시설이 있는 관리동, 목공 체험장 등과 함께 A사이트가 펼쳐진다. A1-A8은 계곡과 가까운 마사토 사이트다. 텐트 문을 열면 계곡물이 보인다. A9-A13은 데크 사이트, A14-A21은 파쇄석 사이트다. 각 사이트마다 전원이 갖춰져 있고 처녀자리, 게자리, 물고기자리 등 별자리를 이름으로 가졌다. 처녀자리 아가씨가 처녀자리 사이트를 만나면 '데스티니'를 외치고 사자자리 아저씨가 사자자리 사이트를 만나면 광대뼈가 실룩실룩 거린다. 소소한 우연이 주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수비 별빛캠핑장은 텐트뿐 아니라 트레일러와 카라반 진입도 가능하다. 6㎏ 미만의 반려동물과 함께 캠핑을 즐길 수도 있다. 관리동에는 남녀 화장실, 남녀 샤워실, 개수대, 공용 전자레인지, 탈수기, 매점 등이 있고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접시와 컵, 수저, 냄비, 프라이팬 등도 구비되어 있다. 실내 개수대와 샤워실은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계곡 옆 단풍·느티나무 아래 캠핑장
어른 종아리 깊이 물 이끼조차 없어
하늘 사정과 인연 닿으면 별빛 샤워
목공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까지
캠핑장 전체에 돌배나무와 모과나무, 느티나무 등이 적당한 간격으로 그늘을 드리운다. 다래와 머루 넝쿨은 벽과 울타리로 서 있다. 텃밭에는 옥수수, 감자, 고구마, 땅콩, 상추, 고추, 케일, 쑥갓, 오이, 토마트 등이 계절 따라 자란다. 시절 인연에 따라 따고, 캐고, 먹고, 심지어 싸 들고 가기도 한다. 캠핑장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공체험, 스톤페인팅, 영양고추장 만들기, 텃밭체험, 숲 해설사와 함께 잣나무 치유 숲과 창방우골 주상절리 둘러보기, 별빛샤워체험, 인근 밤하늘보호 공원의 천문대와 반딧불이 생태공원과 연계한 체험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하늘의 사정과 인연이 닿아야 가능하다.
구름이 없고 보름달이 없는 날이면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다. '별빛샤워체험'을 신청하면 별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여사장님의 설명과 함께 별을 본다. 여사장님은 2016년 영양국제밤하늘협회 초대 회장이었다. 국제밤하늘협회 본부를 방문해 빛 공해로부터 밤하늘을 지키는 환경지킴이의 책임을 부여받고 4년 동안 활동했다고 한다. 우주와 별, 계절별 별자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보는 별은 새삼 감동적이다. 망원경 없이도 은하수가 보인다. 왜 캠핑장의 이름이 '별빛'인지, 왜 프로그램의 이름이 '별빛샤워'인지 격하게 끄덕이게 된다.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도 볼 수 있고 삼각대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어 각자 개인 휴대폰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하늘길이 빨리 열리면 더 일찍 진행하기도 한다. 밤 9시30분 즈음이면 주변 가로등이 모두 꺼진다. 10시부터는 매너시간이다. 은하수 아래에서 물소리와 함께 누군가는 잠에 들고 누군가는 오래오래 하늘을 본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
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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