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화장실 두고 또 화장실 만드는 경북도의회…의원님들이 걸어가기엔 멀어서?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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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2 18:25  |  수정 2024-08-23 10:33  |  발행일 2024-08-23
멀쩡한 화장실 두고 또 화장실 만드는 경북도의회…의원님들이 걸어가기엔 멀어서?
지난 21일 경북도의회 2층 청사 내부에서 도의원들의 요구로 남자 화장실 추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멀쩡한 화장실 두고 또 화장실 만드는 경북도의회…의원님들이 걸어가기엔 멀어서?
지난 21일 경북도의회 2층 청사 내부에서 도의원들의 요구로 남자 화장실 추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멀쩡한 화장실 두고 또 화장실 만드는 경북도의회…의원님들이 걸어가기엔 멀어서?
지난 21일 경북도의회 2층 청사 내부에서 도의원들의 요구로 남자 화장실 추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의회에서 일부 도의원들의 요구로 멀쩡한 화장실을 두고 새로운 화장실을 청사 내부에 다시 설치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2층 남자 화장실이 특정 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이용하기엔 동선이 너무 멀다는 이유에서다.

도의회 청사 2층엔 남녀 화장실이 동서쪽으로 나눠 설치돼 있다. 내부가 'ㅁ'자 구조여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동선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특정 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이 같은 불편함(?)을 제기하자 느닷없이 멀쩡한 공간을 뜯어내고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를 발주한 것.

남자 화장실이 추가로 들어서는 공간은 애초 상임위원회에서 사용할 물품을 보관해오던 곳이다. 이를 도의회 청사 화장실 환경개선 명분으로 지난 9일 집행부가 공사업체와 계약한 후, 12일 착공에 들어가 현재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요되는 공사금액은 1천900만 원 정도이고 23일 준공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 시민은 "화장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걸으면 수천만 원의 혈세를 아낄 수 있는데 굳이 추가 설치를 요구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여기는가"라고 반문했다.

공무원 A씨도 "건강을 위해 일부러 걷기도 하는데, 몇 발자국 더 걷는 게 힘들어서 화장실을 설치해 달라고 하는 도의원들의 요구가 이해가 안된다"면서 "그냥 직무실마다 요강을 하나씩 넣어달라고 하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화장실 추가 설치를 요구한 도의원 중 한 명은 "2층에 남자 화장실이 한 곳뿐이어서 혼잡할 땐 1층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며 "화장실을 설치할 때 남녀 화장실을 함께 만들지 않고 동서로 나눠 설치한 것은 처음부터 청사 건물을 잘못 지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년 전부터 간이 화장실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도의회에서 남자 변기 하나 설치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고 오히려 하소연했다.

글·사진=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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