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 스마트폰 세상보기] 가지를 말리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09/2024092301000629200026681.jpg)
텃밭을 일구며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풍성한 한여름의 채소들이 '거절할 수 있는 채소'와 '거절할 수 없는 채소'로 나뉜다는 것이다. 친분이 있는 이웃이 건네는 채소는 웃으며 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말 잘 키우셨네요.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다음에는 꼭 받을게요"라는 말로 서로의 마음을 배려한다. 반면 처음 보는 어르신이나 친하게 지내고 싶은 분들이 주시는 채소는 모두 받아들이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어떻게 이렇게 실하게 키우셨어요? 퇴비는 어떤 거 쓰세요? 저는 아무리 해도 이렇게 안 되던데요."
오늘도 가지 7개를 썰어 말렸다. 새벽에 부르시던 어르신은 초인종도 없는 문 앞에 가지 더미를 놓고 가셨다. 여름 장마가 끝나고 며칠에 한 번씩 소나기가 내리더니, 가뭄으로 벼가 익지 않아 고민이었던 동네의 벼들도 이제 서서히 익어간다. 반은 도시 사람인 나는 가지를 널며 날씨 걱정을 한다. 열심히 썰어 말린 가지 한 조각도 놓치지 않으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올해는 정말 원 없이 가지를 먹었다. 촌집 마당에는 심지도 않은 가지가 이렇게나 풍성하다. 여름 텃밭 채소는 나눠주는 손길과 받아주는 인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겨울 양식도 이러한 손길로 마련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텃밭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채소를 키우는 것을 넘어 이웃과의 교류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글·사진= 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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