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칠곡할매'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경북 칠곡군 어르신들 가운데 한 분인 서무석 할머니께서 오늘 오전 지병으로 영면하셨다"고 밝혔다. 칠곡군에 따르면 서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구 달서구의 한 병원에서 소천했다.
칠곡군 지천면 황학골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등 시대적 상황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 할머니는 칠순이 넘은 시기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 교육을 통해 뒤늦게 글을 깨쳤다.
지난해 8월에는 칠곡군이 기획한 할매 래퍼 그룹인 '수니와 칠공주' 초기 멤버로 뽑혔다. 할머니는 그간 '그룹 동료'들과 함께 7곡을 만들었고, 신문과 방송, 외신, 광고 등에 출연했다. 국가보훈부 홍보 대사인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 총리는 "칠곡 어르신들은 일흔 안팎에 한글을 익히고, 여든 안팎에 랩을 배우셨다"며 "평균 연령 85세의 힙합그룹 '수니와칠공주'를 만들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와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안겨주셨다"고 소개했다.
'할매 래퍼'로 활약했던 서 할머니는 석 달 전 혈액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에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활동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할머니께서 랩을 하실 때 어린아이 같이 기뻐하셔서 가족들도 만류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한글날 서울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르셨을 때만 해도 정정해보이셨는데, 실은 그때 이미 편찮으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니와칠공주 할머니 여덟 분은 모두 고단한 세월을 보내며 어릴 적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라며 "하지만 한글문해교육을 통해 글을 익힌 뒤 '시가 뭐고?'라는 시집도 출간하시고, 시에 리듬을 붙여 구성진 '할매랩'도 선보이셨다.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NHK 등 외국 방송사가 취재를 올 정도로 전국구스타로 떠올랐다"며 고인의 활동을 회고했다.
서 할머니는 정부가 하는 일에도 많은 힘을 보탰다. 한 총리는 "올해 2월, 만학도를 위한 평생교육기관 졸업식에 할머니들이 축하 랩 뮤직 비디오를 보내주신 기억이 지금도 뭉클하다"며 "고단하게 일하며 나이드신 분들이지만, 할머니들의 시와 노래에는 유머와 에너지가 넘쳤다. 세상을 탓하고 남을 야단치기보다,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남들을 다같이 응원해오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버려서'라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찡한 희망을 보여주고 계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과 다른 멤버 분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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