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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영남일보DB. |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홍 시장은 19일 월간조선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건 국가 경영"이라며 "어차피 내가 다시 한번 대선에 나갈 거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대선을 치러봤다. ('탄핵 대선'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홍 시장은 또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로 전부 진영 대결이 돼 버렸다. 우리 편이라면 도둑놈이나 강도라도 좋다는 거다"라며 "아무도 그걸 깨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을 통해 한번 깨보고 싶다"고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의 부모 묘소를 파묘(破墓)한 일화도 공개했다. 홍 시장은 "지난 10월 부모님 묘소를 파묘했다. 아버지 묘소는 50년, 어머니는 30년을 관리했는데 파묘하고 위패는 대구 근교의 절에 모셨다. 이 정권이 무속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내가 대선에 나올 경우 '묫자리가 좋네, 안 좋네'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내가 죽으면 모실 사람도 없고, 자식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도 없어 정리를 깔끔하게 했다"며 "이제 다시 한 번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한번 선거를 치러보고 싶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대선 열차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역 정계의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본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과 여론을 볼 때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대통령 당선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뒤 치르는 대선이 아니라 탄핵대선인 만큼 홍 시장이 후보 경선에서 타 후보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상대가 사법리스크가 많은 이재명 대표라면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홍 시장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상대 후보가 '비리 덩어리'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과연 그런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겠나. 정작 대선판에 들어가면 2017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청 안은 술렁이고 있다. 안팎에서 홍 시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다. 이를 의식한 듯 홍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공직자들은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에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시 직원들은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 신분이라 언론에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가 좀 그렇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대구시장 권한대행'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기 대선이 결정되고 홍 시장이 출마할 경우 대구시는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공석인 행정부시장 후임으로 대구 출신의 김정기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 국장은 홍 시장 취임 당시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홍 시장이 김 국장을 상당히 총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대구에서 준비하고 역량을 갖춰 4년 후 다시 올라갈 생각이었다는 홍 시장. 그의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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