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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기부에 앞장서 온 고(故) 최복향씨의 딸 장정원씨를 26일 대구시 수성구 본전식당에서 만났다. 장씨는 어머니의 나눔 정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제게 '기부'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타인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2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본전식당'. 1988년 문을 연 대구 대표 노포(店鋪)에서 2대 사장 장정원(여·48)씨를 만났다. 장씨는 선대 사장이자 어머니인 고(故) 최복향 할머니의 딸이다. 장씨는 최 할머니의 기부로 가득한 삶을 직접 곁에서 지켜봤다.
30년 가까운 세월, 최 할머니가 공식적으로 베푼 기부금만 총 1억8천180만원에 달한다. 2017년 8월 최 할머니는 사랑의 열매 '대구 아너 소사이어티 102호 회원' 자격을 얻었다.
장씨는 "어머니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기부 활동에 나섰다. 그전에도 주위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돼지고기, 쌀 등 현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어려서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어머니 모습을 봤기 때문에 저 역시 기부가 갖는 '선한 영향력'을 체득하며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원들도 최 할머니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이 곳에서 15년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명절엔 항상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고, 사는 게 힘들 땐 금전적으로도, 마음으로도 힘을 얻었다"고 했다. 나눔의 온기와 공동체 의식은 직원들에게도 이미 많이 배어 있는 듯 보였다.
최 할머니의 기부는 올해 9월로 마무리됐다. 올 초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지난달(11월)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최 할머니는 몸이 아픈 상태에서도 나눔 활동에 많은 애착을 보였다. 가게에 들러 나눔 현황이 적힌 '기부 안내문'을 직접 확인할 정도였다. 장씨도 그 마음을 알기에 다소 지저분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기부 안내문'을 그대로 두고 있다.
장씨는 2018년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식당 일에 뛰어들었다. 1년만 돕기로 했지만 벌써 5년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만성적인 불경기로 식당 운영에도 위기도 찾아왔지만, 어머니가 베푼 선한 영향력 덕분인지 단골손님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껏 버텨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요즘은 본인만의 기부 방법을 찾고 있다. 어머니 뜻을 받들어 본인도 나눔 문화 확산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장씨는 "어머니의 기부 활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남들에겐 망설임 없이 척척 기부하면서도, 정작 당신은 자기 집 한번 가져본 적 없었다. 몸도 성치 않았다"면서 "손님 중에는 어머니의 기부 활동 때문에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기부' 그 자체가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만큼은 아니겠지만, 2대에 이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이뤄내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때쯤 되면 어머니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어머니는 항상 우리가 잘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손님, 즉 우리 사회와 사람 덕분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아까워하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의 선한 마음이 지역사회에 더 널리 깊게 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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