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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에 위치한 '도톤'의 메뉴인 '안심 돈카츠' |
이 빨간 튀김옷의 돈카츠를 처음 경험한 건 작년 이맘때였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5개월 됐을 때쯤 돈카츠 집 사장님을 제보자로 만났다.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가게에 진입하는 통로가 누군가의 횡포로 막혔다는 황당한 제보였다. 당시 식당 근처에서 기사를 쓰다가 사장님이 한번 먹어보라며 건넨 이 빨간 돈카츠가 기억이 나 다시 한번 찾았다.
경북대 북문 골목에 있는 이 식당은 1년 사이 입소문이 퍼져 맛집이 됐다. 온라인에 달린 수많은 리뷰가 이를 방증한다. 이미 처음 맛봤을 때도 맛있었는데, 튀김옷은 더 바삭해졌고 육즙은 더 풍부해졌다.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쫄깃하게 살아 있었다. 사장님이 "그동안 레시피를 바꾸고 더 맛있어졌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돈카츠를 먹고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정성'이다. 우선 튀김옷이 빨간색을 띠는 것은 홍국쌀을 사용해서다. 최대한 기름을 덜 머금으면서도 바삭한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홍국쌀은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서도 혈액순환 개선과 소화 기능 강화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고기도 진공 저온 숙성과 누룩 소금 숙성으로 100시간 이상 숙성한 고기만 사용한다. 그렇게 만든 돈카츠를 또 트러플소금에 찍어 먹으면 다른 돈카츠 집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맛과 건강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는지를 미각과 후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돈카츠를 먹으며 1년 전으로 돌아가 봤다. 1년 전 사장님은 기사가 나가고 큰 도움과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겐 이 가게가 골목을 대표하는 맛집이 됐다는 사실이 큰 위로였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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