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주 '수정소반'의 정식 |
반면에 삼삼한 맛은 오묘한 힘이 있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간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려준다. 경북 경주시 포석로에 위치한 '수정소반'에선 자극적인 향신료에 지친 혀를 달래주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수정소반의 반찬 가짓수는 20개에 이른다. 모두 제철 채소에 화학조미료가 없는 천연 발효 기술로 완성된 상차림이다. 흥미로운 건 반찬 하나 하나 간이 일정하고 입맛을 돋우는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많고 많은 한식당에서 보기 드물어서 '보석 같은 음식'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 중에도 경북의 향토음식인 시금장과 콩잎김치는 특별하다. 시금장은 보리등겨가루로 메주를 만들고, 이를 다시 빻아 만든 메줏가루에 삭힌 풋고추와 말린 무, 소금 등을 넣고 삭혀 만든다. 단풍이 노랗게 든 콩잎을 따다가 소금물에 삭혀 양념을 바른 콩잎김치는 제피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고기 반찬도 특별하다. 경주 한우를 넣은 시래기 불고기는 야들야들한 소고기와 부드러운 시래기가 조화를 이룬다.
디저트는 무설탕 쌀 요구르트다. 쌀과 누룩만 넣고 발효한 요구르트는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천연 당 때문에 부드럽다. 때문에 식당을 나설 때쯤 입안에 남는 맛이 없어서 깔끔하다.
'수정소반'은 전국 각지에서 열린 전통음식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맛집이다. 보석 같은 반찬은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