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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성토마스모어관에서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공무원공기업학과 교수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이어 "대통령 탄핵은 양극화를 극적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이라며 "국격회복·헌정질서·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양극화와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누려온 여야 기득권의 퇴장, 분권형 대통령제와 지방분권을 담은 헌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7년 이래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가장 폭발한 시점"이라며 "정치 엘리트들 간 합의만 있으면 개헌이 가능하다. 개헌안은 많이 나와 있다. 양당이 합의해서 개헌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분열하고 있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의 진영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양 진영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점으로 극렬하게 표출되고 결집하고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서로의 견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생각이 다른 개인·집단을 극도로 혐오하고 악마화하는 정서적 양극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양 당의 기득권 세력이 파시스트화하면서 무한대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장 교수와 비상계엄 후 현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尹 비상계엄은 정치력 부재 드러낸 것
불쏘시개 만든 李·민주당 부차적 원인
양 극단의 대립 구도 해소는 시대정신
87년 체제 후 지금이 개헌의 최대 적기
대통령·국회 권한 고쳐서 전횡 막아야
남북관계 등 고려땐 단일 리더십 필요
정부통령제나 책임총리제 도입 보완을
선거제 개혁 '다수결주의 약화' 필수적
▶윤 대통령 탄핵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나.
"비상계엄이라는 것을 경험한 세대가 거의 없다. 헌법상의 절차가 정리돼 있으니까 대통령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했는데, 민주화 이후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헌법상의 요건이 아주 명확할 때, 다툼의 여지가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고 가급적이면 회피하고 절제해야 될 권한이기 때문이다. 탄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법적인 심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혼란스럽다거나 혹은 여야 다툼이 극심해서 행정부가 일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계엄을 사용하는 경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왜 비상계엄 권한을 쓰지 않았을까. 다른 절차를 사용하라는 것인데, 결국 정치력 부재가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가 비상계엄으로 이어졌다고 보는지.
"정치라는 게 갈등을 관리하는 것인데, 갈등을 촉발해버렸다. 크게 보면 문제 원인은 윤석열 리더십 문제다. 독선적이고 불통이고, 자기 프레임이 아주 강한데 정치에 대해서는 또 아마추어다.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을 거대한 법정으로만 사고한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정치다. 그러나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되고, 그런 인식이나 사고의 연장 선상에서 비상계엄을 생각한 것 같다. 부차적인 원인은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불쏘시개를 만들고 계속 자극을 한다. 윤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그 주변부 세력을 탄핵하고, 행정부에 대한 과도한 견제나 입법권 남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부차적 요인이다. 최적의 수단과 절차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지 비상계엄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권력 구조라는 구조적 원인도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다수결주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출 모두 1등만 하면 된다. 다수결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원리인데, 한국 사회에선 지배적인 원리가 됐다."
▶다수결주의가 무슨 문제가 있나.
"다수결은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에 도입이 됐다. 그런데 다수결 자체를 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 전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 있다. 다수가 항상 옳을 수 없고, 어리석을 수 있는 '중우(衆愚) 정치'가 발현될 수 있다. 숫자로 결정하는데 익숙해져 버리면 시야를 잃을 수 있다. 때문에 다수결과 함께 도입해야 하는 제도가 합의제다. 합의제는 소통을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소통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게 된다. 다수결에 길들여진 나머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는데, 선출은 선거 경쟁을 통해 민주적으로 되지만 통치는 권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이야기가 많다.
"대통령제의 권한이 제왕적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민주화 이후에 국회의 권한이 훨씬 더 강해졌다. 행정부에는 국회 해산권이 없지만 국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다. 다만,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결합된 권력 구조는 딜레마가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일단 행정부를 가져간 뒤 의회 권력을 갖고자 한다. 집권당이 지금처럼 쪼그라들면 입법부와 행정부 간 대결이 있을 거고, 집권당이 이기면 그때는 둘이 연합해서 의회 독재까지도 간다."
▶지지층 양극화의 원인과 해결책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된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윤석열과 이재명도 하나의 패키지다. 윤석열이 탄핵된다는 건 이재명이 대통령되는 확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극단 지지층의 목소리는 지금 과잉돼 있다. 김문수 장관이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라서 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 이재명에 대한 반감, 윤석열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 이런 것들이 섞여 있다. 정서적 양극화도 심각하다. 2023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거티브 보팅 비율이 50% 가까이 나온다. 국민 2명 중 1명은 지지하는 후보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 상대 후보자를 낙선시키려고 투표했다. 양 극단이 건강한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탄핵찬성세력 및 분권형개헌세력과 탄핵반대세력 및 분권형개헌반대세력의 대립구도에서 대통령 퇴진과 이재명 청산 후 대선과 개헌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작동돼야 한다."
▶최근 개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형태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나.
"우리 권력 구조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딱 2개만 해왔는데, 내각제는 10개월 운영하고 그 정부가 붕괴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한국의 지정학적인 입지나 남북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단일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의 과도한 갈등·분열을 전제하면 대통령중임제·내각제·이원집정부제보다는 정부통령제 또는 책임총리제 도입이 적실하다.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 '민주화한다'는 패러다임만 있다. 미래 패러다임은 없다. 복지와 평등 등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것을 넣기를 원할 수 있겠지만, 저는 고령화와 인구 소멸, 지방 해체 등 당면 문제를 봤을 때 헌법 전문에 분권을 지향하는 국가 이상을 반영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분권 이념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고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한 양원제를 도입해 지방 균형 발전을 도모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방의회법 제정, 지방자치 발전을 고도화해야 한다. 또, 대통령의 계엄권과 국회의 탄핵소추권의 권한과 절차를 고쳐서 전횡을 막아야 한다. 개헌은 운동으로 성취된다. 광범위한 국민 내 의사가 결집돼야 하는데, 지금이 87년도 이후 최대 개헌 적기라고 본다. 이번을 놓치면 기회는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크게 사람의 행위를 바꾸는 것과 제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것은 시대정신을 지향해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먼저 국가적 변란을 일으킨 대통령이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하며, 국격·헌정질서·국민통합을 위해 퇴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헌재가 탄핵 심판으로 결정하되, 인용되지 않을 시 하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양극화와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누려온 퇴행적인 기득권 세력 및 그 중심의 이재명 대표를 퇴장시키고 여야의 통합적 세력이 정치의 구심을 형성하도록 국민 의사를 결집해야 한다. 셋째로는 권력을 분산하고 다수결주의를 약화시키는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며, 분권형 대통령제와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헌법 개정과 중대선거구제와 지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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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의과대학 의예과 수료 △광운대 공과대학 전자재료공학과 졸업 △건국대 정치학 석사·박사 △한국지방의회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IT정치연구회 회장 △대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편집위원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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