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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러 조언 중 기자가 유일하게 실천한 건 주택청약통장 개설이었다. 물론 실제 활용해본 적은 아직 없다. 그래도 당시에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예치금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나름의 목표 금액을 정해 돈을 모아갔다.
기자는 대학생 때 조금씩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졌고 증권 계좌는 직장에 다니면서 처음 개설했지만, 최근에는 그 시기가 빠른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녀의 증권 계좌를 만들어 명절 세뱃돈이나 용돈을 조금씩 넣어가며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KB증권이 지난해 자사 고객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미성년 고객(0~18세) 중 주식을 한 번이라도 보유한 고객은 17만5천2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1만1천632명) 대비 약 15배 늘어난 것이다.
갈수록 어린 나이에 투자에 눈을 뜨는 것과 달리 경제 그 자체에 대한 이해는 다소 부족한 듯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경제이해력 조사에서 중·고등학생의 점수는 2년 전 조사 때보다 하락한 50점대 초반이었다. 초등학생(6학년 기준)의 점수는 중·고등학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60점 초반대였다. 문항별로는 투자를 비롯한 실생활 관련 문항의 정답률은 60%대인 반면, 물가나 수요·공급, 기회비용 등 경제 기본개념·원리 관련 정답률은 30~40%대였다.
초등학생에 비해 중·고등학생의 점수가 낮은 것은 대학입시를 위해 학생들이 점수를 받기 어려운 선택과목은 피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46만3천486명 중 1.3%(6천30명)만이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응시했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신설된 '금융과 경제생활'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공통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공교육 내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청년들이 금융시장을 보다 잘 탐색하고 편향된 정보와 지식을 가려내며, 미래의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금융교육을 통한 금융 이해력 향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맹은 생활을 다소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맹(Financial illiteracy)은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한 이 말처럼 경제를 잘 아는 것은 단순히 돈에 밝은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개인으로선 말 그대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는 것이다.
개개인이 경제를 잘 이해하는 건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2008년 OECD가 전 세계 30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국가들은 개인의 낮은 금융역량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응답 국가의 90% 이상이 금융 문맹이 금융위기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재,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미애 경제팀 선임기자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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