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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
아쉽게도 현실의 연설은 아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콘클라베(Conclave)' 속 장면이다. 콘클라베는 라틴어 cum(함께),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추기경들이 문을 걸어 잠근 채 교황을 선출하면서 콘클라베란 용어가 쓰이게 됐다고 한다.
영화 콘클라베 속 이야기는 이번 대선과 묘하게 겹쳐진다. 예기치 못한 일로 선거를 치르게 됐고,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이로 인해 경쟁 구도는 날로 격화하고 선거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도 불과 48일 남았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쳐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요동칠 게 뻔하다. 현재 여·야는 당내 경선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미 경선 윤곽도 잡혔다.
여권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안철수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양향자 전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야권 경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경쟁하는 '3파전' 구도로 사실상 확정됐다. 큰 이변이 없으면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른 주자에게 유리한 변수가 나오더라도 2주란 짧은 시간에 국면을 크게 바꾸긴 쉽지 않다.
여권의 시간은 더욱 촉박하다. 당장 1차 경선을 거쳐 오는 22일 4명의 후보를 추린다. 늦어도 내달 초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 위한 일정이다.
각 후보별 캠프는 변수가 다양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 경선 승리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권 내 다른 후보를 압도하는 절대 강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4인 엔트리를 놓고 '합종연횡(合從連橫)' 움직임도 일고 있다. 중도층 선호도가 높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레이스에서 벗어나자 다른 주자들은 오 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지지층 흡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치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정책과 공략 없는 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도 마찬가지다. 단기간 효과적인 선거 유세 방법은 결국 네거티브(negative)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가 강한 의구심을 갖고 후보들의 면면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다시 한번 인물의 됨됨이를 판단한다면 희망을 찾아낼 수도 있다. 확신은 새로운 가능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다시 영화 속으로 돌아가 로멜리 추기경의 연설을 곱씹어본다. "확신은 통합과 포용의 적입니다…(중략)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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