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평화와 성장의 기술, EQ

  • 배정순 (전)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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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8  |  수정 2025-04-28 07:19  |  발행일 2025-04-28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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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뉴욕타임스에서 과학 분야의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했던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은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개념을 연구하고 대중화한 인물이다. 초기에는 EI로 주로 사용했으나 이후 'Emotional Quotient', 즉 감성지능지수로 더 대중화되면서 EQ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감성지능은 감정을 잘 다루는 능력을 말하는데, 자신에 대한 인식능력,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대한 조절 능력,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그물망 속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대처하는 사회적 기술 등의 능력을 포함한다. 결국 감성지능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빠른 알아차림과 이를 통한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도모하는 능력이다. 일종의 사회지능인 셈이다.

유대인들은 어린 자녀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탈무드를 읽어준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삶과 지혜가 담긴 방대한 지식의 보고다. 다양한 이야기, 우화, 법적 판례 등이 기록돼 있고, 인간관계나 상거래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살아가면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대립,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탈무드를 읽으면서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은 매우 안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위험을 직접적으로 감수하지 않고도 다양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미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느껴보고, 또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보기도 한다. 극한 대립의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일지 고민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정답을 모두 찾을 수는 없겠지만 부모와 함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운 이러한 경험은 어른이 되어 맞게 될 수많은 갈등과 대립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매우 중요한 배움이 되는 것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은 인지적 학습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연습하면서 익혀야,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내면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수많은 사회 규범과 규칙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이것을 실천하고 생활화하는 사람들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수도 없이 벌어지는 폭력적인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이 그 아는 바를 실천하지 않는 경우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강한 감정이 올라오면 이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감정을 알아채는 연습을 통해 감정 인지를 빠르게 하게 되면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을 인지할 수 없다면 결국 감정의 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빠르게 인지하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을 완벽하게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극한 상황은 막을 수 있다.

최근 가족끼리, 이웃끼리, 친구끼리 시비가 붙고 갈등이 불거져 범죄로 이어지는 폭력 사건을 자주 보고 듣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강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감정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다양한 자극을 통해 만들어진 감정을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본다면 적어도 파국으로 치닫는 위험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떠한 감정도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 EQ를 길러보자. 나를 위해, 또 타인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감성지능을 키워보자. 평화롭게 함께 성장하는 우리 모두의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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