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교동시장 '남도횟집' 활어모듬과 무침회.
대구 중구 교동을 걷다 교동시장 내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가게 앞에선 백열등 4개 아래 썰어놓은 신선한 회들이 영롱하게 빛을 반짝이고, 그 옆에선 실시간으로 빨간 양념과 신선한 회가 만나 먹음직스러운 무침회가 탄생하는 순간도 포착됐다.
70년대부터 이곳 교동시장 무침회 명맥을 이어오는 곳이 바로 '남도횟집'이다. 원래 무침회 골목은 지역 '반고개무침회'가 대표적이지만, 이곳의 역사도 그에 못지않게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좌판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낮시간의 교동시장 풍경이라면, 시끌벅적한 이곳 남도횟집은 저녁시간의 교동시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침회가 메인이지만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활어모듬을 주문했다. 이렇게 하면 회가 나오기 전 무침회와 소라회, 멍게·해삼·한치 등 해물류를 맛볼 수 있다. 먼저 나온 해산물과 푸릇푸릇한 채소들이 푸짐하게 상을 가득 채운다. 향긋한 미나리와 나물들에 무쳐진 무침회는 음주를 즐기지 않는 기자에게도 음주를 부르게 하는 맛이었다.
대구 무침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납작만두'다. 이곳 남도횟집 메뉴판에는 납작만두가 따로 없다. 하지만 주문을 하면 근처 가게에서 곧바로 공수해온다. 갓 구운 뜨끈한 납작만두에 무침회를 싸먹으면 찰떡궁합이다. 녹진한 기름을 머금은 납작만두가 새콤한 무침회가 조화를 이룬다.
향긋한 멍게는 추가 주문을 위해 '이모'를 부르게 하는 맛이었다. 뒤에 나온 멍게는 푸짐한 양으로 남도횟집의 인심을 엿볼 수 있었다. 소라, 해삼, 한치회도 빠질 수 없는 별미다. 예사롭지 않은 때깔의 모듬회도 나왔다. 썰어놓고 숙성한 통에, 고추냉이 간장에 그 회를 찍어 입속으로 가져가면 쫄깃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생선회 한 점과 술 한잔을 페어링하다보면 순식간에 안주는 동이 난다. 자연스레 테이블에는 빈 술병이 줄을 선다. 단란한 분위기 속 친구·연인·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에 푸짐한 인심과 맛도 함께 챙기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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