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포항 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관계자들이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국가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가 지진 피해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대구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정용달)는 포항 주민 111명(원고)이 대한민국 정부와 넥스지오 등(피고)을 상대로 낸 포항 지진 피해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가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의 항소는 받아들여 1심 판결 중 원고 일부 승소 부분을 취소한 것
이날 2심 재판부는 “이 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등 업무 진행에 영향을 받아 촉발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관련 기관의 업무상 미흡사항은 이 사건 지진 촉발에 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아 인정 할 수 없다. 업무 미흡으로 지진이 촉발됐다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2 지진,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 인적·물적 피해가 야기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포항 주민들은 대한민국 정부, 넥스지오 등의 불법 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4만2천955원부터 최대 2천만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포항 지진이 관련 기관의 과실로 인해 촉발됐다고 판단해 피고는 원고들 중 실제 지진 피해를 2차례 겪은 이들에게 각 300만원을, 1차례 겪은 이들에겐 각 200만원을 각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원고 측은 각 1천만원 상당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해 달라고 항소했다. 피고 측도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해 달라며 항소했다.
2심 재판의 쟁점은 이번 지진이 포항지역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한 촉발 지진인지에 대한 여부와 이 사건 관련 기관의 과실로 촉발됐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포항에서 발생한 2차례 지진은 지역발전사업의 영향을 받아 촉발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업 관련 기관의 과실 유무에 대해선 △부시선정 △미소진동 관리방안 △지열발전 연구 수행 △과제 연장의 부적정 △지진계 관리 및 지진 감시업무 소홀 등 모두 증거가 없거나, 위반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한 원고 측은 2심 판결 후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명백한 인재다. 고법 판결은 포항 주민들의 고통과 책임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며 “이는 국가의 책임 회피를 더 우선시한 것이어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에 즉각 상고할 것이다. 정의에 입각해서 최종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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